‘부산시의원 쌈짓돈’으로 알려져 뭇매를 맞았던 자치단체 자본보조금(이하 자자보, 국제신문 지난해 3월 27일 자 1면 등 보도)의 사용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부산시와 시의회가 사업 제안을 기초단체에서 하도록 하고, 일반 예산과 같은 절차를 밟도록 하는 등 불법적 요소를 없애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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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치단체 자본보조금 문제점을 보도한 국제신문 지난해 3월 27일 자 1면. |
9일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시의회는 내년 예산부터 자자보가 투입되는 지역 현안 사업을 구·군이 제안하도록 했다. 기초단체가 우선순위에 따라 사업을 올리면, 이 중에서 시의원과 협의해 결정하는 형태로 바꾼 것이다. 또 자자보도 ‘요구→검토→반영’ 등 일반 예산과 동일한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자자보는 기초단체가 도로 공원 등 자본 형성적 사업을 할 때 열악한 재정을 보조해주기 위한 예산 항목 중 하나다.
과거에는 시의원 한 명에 6억 원의 자자보를 몰래 배정해 시의원이 원하는 사업에 사용하게 했다. 기초단체는 꼭 필요한 사업이 아니라도 이의 제기 없이 행정 대행 업무를 해줬다. ‘시의원 자자보’가 사용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시와 시의회에서 ‘태클’을 걸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었다. 시의원은 자자보를 ‘내 예산’으로 인식했고, 시와 구도 이를 받아들였다. 자자보는 시가 의회의 견제를 피하는 수단으로, 시의원은 자기 지역구를 관리하는 데 요긴하게 쓰였다.
그러나 본지 집중 보도로 자자보의 문제점이 부각됐다. 여기에 새 시의회가 구성되면서 자자보 절차와 방식이 바뀌고 있다. 시와 시의회가 합의해 ‘암묵적 의원 배정’을 없애고, 사업 계획수립권을 시의원에서 구·군으로 넘겼다.
시의원은 기초단체가 올린 사업 그대로 동의하거나, 일부 시의원은 ‘내 자자보는 없다’며 아예 사용하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 한 기초지자체 예산팀장은 “올해 구에서 가장 시급한 사업을 꼽아 시의원과 협의했더니 공감하고 동의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도 “시의원과 협의를 거치라고 했지만, 원칙적으로 자자보를 신청하는 데 의무 사항은 아니다. 과거와 같은 관행이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계는 아직 있다. 구·군이 제안한 여러 사업 중 시의원이 우선순위를 바꿀 수 있다. 예산 편성권이 없는 시의원이 여전히 개입할 여지를 남겨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의회 정종민 예결특위위원장은 “올해는 시간적인 제한으로 급한 대로 불법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데 집중했다”며 “장기적으로는 기초단체가 사업을 제안하고, 시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자자보 심사위를 거쳐 예산을 배정하는 공모 방식으로 가야 한다. 내년 1월께 이를 위한 공청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