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행복추진본부 만들어 협치
- 여성 공무원 간부 비율 확대 등
- 약자 중심 사회적 가치에 호평

- 신공항·식수문제 답보로 ‘답답’
- 의사결정 실·국 중심 전환해야
- 9조대 163개 계획 조만간 발표

오거돈 부산시장이 이끄는 민선 7기 부산시정이 8일로 출범 100일을 맞는다. 23년 만에 이뤄진 정권 교체이자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을 처음으로 선출한 후 부산으로서는 처음 맞는 민주당 정권이어서 시민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컸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 여름 부산 동구 부산역광장 공사 현장을 방문해 폭염 속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와 악수를 하며 격려하고 있다. 국제신문DB

오 시장은 시작하자마자 조직 개편과 인사로 행정 혁신부터 추구했다. 출범 한 달 뒤인 지난 8월 1일 자로 직제 개편 및 인사를 단행해 바뀐 정권으로 혼란을 겪을 수 있는 조직이 하루빨리 안정될 수 있도록 기틀을 잡았다. 그간의 성과 위주가 아닌 약자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가치’를 시정 운영의 우선순위로 둔 점은 호평을 받는다. 그 일환으로 시는 여성공무원 간부(5급 이상) 임용 비율을 21.7%로 민선 6기 때(20.2%)보다 확대했다.

민선 7기 부산시정 슬로건인 ‘시민이 행복한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에 맞게 ‘시민’을 행정의 주체로 격상시킨 것은 무엇보다 지난 100일의 주요 성과로 평가된다. 종전 관 주도에서 시민 주도로 정책이 개발·집행되도록 시정 운영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시장 직속기구로 ‘시민행복추진본부’를 만들고 시민 협치를 공식화했다. 여론이 엇갈렸던 간선급행버스체계(BRT)의 계속 추진 여부를 시민공론화위원회에 맡기는 등 숙의민주주의를 통해 갈등을 조정하려고 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시장이 당연직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14곳 민간단체의 수장 자리를 시민에 돌려준 것 역시 의미 있는 시도로 보인다. 시장이 직접 나서 30년 전 부산시의 방관으로 인권유린 사태를 빚었던 형제복지원(부랑자 강제수용소) 사건과 정치 외압 논란이 일었던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에 사과한 모습도 신선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오 시장 주요 공약이었던 신공항(가덕도) 건립 문제는 기본계획을 수립 중인 국토교통부와의 마찰로 더 큰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답보 상태다. 부산시민의 주요 식수원인 낙동강물의 오염이 심화되면서 식수 문제 해결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나 경남과 공동으로 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는 해놓고 경남 주민의 반발이 거세지자 진척이 없다. 지난 8월 1일 자 부산시 정기인사에서 정년이 남은 3급 이상 간부 공무원 7명을 명예퇴직시키는 등 파격을 단행하면서 인사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켰으나 공공기관 기관장 및 임원은 ‘코드 인사’라는 구태를 벗지 못했다는 뒷말을 낳았다. 취임 초기라 불가피한 면이 없지는 않았으나, 이른바 정무라인 태스크포스(TF)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도 이제는 실·국 위주로 바뀌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오 시장은 “과거 잘못된 관행과 정책을 전면 혁신해 시정 시스템과 도시비전을 짧은 기간에 마련했음에도 시민이 체감하는 정책만족도를 높이지 못한 점이 아쉬웠고, 지역화합과 발전역량을 결집하는 데도 한계를 느꼈다”며 “앞으로 일자리 교통 재난·안전 출산·보육 등 시민 체감형 정책 개발과 집행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 시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조만간 5대 목표 163개의 공약 실천계획을 발표한다. 시는 이를 위해 2022년까지 국비 3조6016억 원, 시비 2조9974억 원, 민자 2조9587억 원 등 총 9조5577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