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평화… 주변국 협치 중요”

- 부산출신 의인 이수현 묘도 참배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일련의 만남은 한반도 평화 전진을 위한 기회다.”

일본 정계의 대표적인 지한파인 하토야마 유키오(72) 전 일본 총리가 최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입을 열었다. 2일 하토야마 전 총리의 부산대 명예 정치학박사 학위 수여식에 앞서 부산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높이 평가했지만 완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주변국과의 협치를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의 종전을 위해서는 북미 간 평화협정을 맺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섰을 때 북한도 핵을 완전히 폐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다만 무르익는 평화 분위기 속에 소외되는 일본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전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는 핵 미사일 문제 이상으로 여겨진다. 아베 총리는 납치 문제를 서두르고 싶어 북한 문제에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화해·치유의 재단을 사실상 해산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2015년 한일 간 위안부 합의 당시 아베 총리는 ‘이 합의를 끝으로 더는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지 말라’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고압적인 태도가 한국인에게 충분한 사과로 전해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위안부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일본의 사과가 한국이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하토야마 전 총리의 학위수여식에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였던 이용수 할머니가 축사를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하토야마 전 총리와 손을 꼭 붙잡은 채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주시겠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해준 일본 총리는 처음이었다. 하토야마 전 총리가 이 문제를 꼭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고맙다”고 울먹였다. 이어 하토야마 전 총리는 ‘아시아의 평화와 동아시아의 공동체 구축’을 주제로 특별강연에 나섰다. 이날 강연에는 300여 명의 학생이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동아시아 공동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동북아시아를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만든다면 평화로 쉽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오후 2시께 금정구 영락공원에 방문해 일본 도시철도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돕다가 숨진 한국인 유학생 의인 고(故) 이수현 씨의 묘를 참배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