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인구 줄어드는 와중에
- 기장만 5년 만에 3만 명 증가
- 출산율 1.69명 전국서 독보적
- 비결은 정관읍 ‘좋은 교육 여건’
- 출산 19억·학교에 126억 투자
- 영어캠프·영재센터·무상급식 등
- 타 지자체 엄두못내는 사업 가능
- 학부모 “양육부담 감소” 입 모아
부산의 인구 지표는 암울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인구수는 감소하고 출산율도 덩달아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에서 유독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커지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영·유아와 아동이 있는 세대가 몰리면서 출산율 꼴찌 부산에서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는 기장군 정관읍이다. 이 곳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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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기장군 육아종합지원센터 2층 다목적
실에서 마술공연을 관람하는 가족들. 박수현 기자 |
■넘치는 아이들
27일 기장군의 설명을 종합하면 기장군의 인구는 2013년 13만2507명에서 지난 3월 기준 16만2478명으로 5년 새 약 3만 명이 증가했다. 가임여성의 수만 보더라도 2013년 3만2382명에서 올해 3월 기준 3만8684명으로 늘었다. 합계 출산율 역시 지난해 기준 1.696명으로, 부산(1.095명)은 물론이고 전국 평균(1.172명)도 멀찌감치 따돌렸다.
가임여성이 많고, 출산율이 높으니 당연히 아이들도 많다. 0~6세 영·유아 인구는 2013년 1만2258명, 2015년 1만4902명, 올해 3월 1만4234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 중 정관읍이 1만299명으로 72.3%를 차지하고 있다. 부산 전체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기장군, 특히 정관읍은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영·유아만 많은 것이 아니다. 학교, 특히 초등학교도 복닥거린다. 부산시교육청이 지난해 내놓은 ‘적정규모학교 육성을 통한 교육균형발전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정관신도시 내 초등학교 7곳의 최고수용률 도달기간은 해운대신도시 등 다른 신도시에 비해 평균 1.3~1.5년 정도 짧은 반면 수용률 90% 이상 유지 기간은 1.3~2년이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신도시 내 학교가 신설 후 평균 4~5년 만에 학생 수 최고점 도달 이후 감소하기 시작하는 데 반해 정관신도시 내 초등학교는 신설 후 13년이 지나는 2022년에도 평균 수용률이 95.6%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정관신도시는 2018년 이후 신규아파트 입주가 없음에도 학생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관신도시에 거주하는 유아, 초·중학생 학부모 6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자녀 수가 2명인 경우가 53.4%로 가장 많았으며, 3명이 15%, 4명 이상도 1%를 차지했다. 다자녀 가정 비율이 높은 것이 유아·아동 수 증가를 견인하는 셈이다.
■아낌없는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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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어린이도서관 |
‘적정규모학교…’ 보고서의 설문조사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관신도시의 인기 비결이 드러난다. 정관신도시로 이주하게 된 주요 이유(1순위)에 대해 신도시 지역의 거주여건 편리(37.6%), 직장과 근거리(37%)에 이어 좋은 교육여건(10.8%)이 뒤를 이었다. ‘좋은 교육여건’에 대해서는 깨끗한 학교시설이 34.5%로 가장 많았고, 지자체의 교육경비 지원에 따른 경제적 부담 감소(28.2%), 학생 교육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17.7%) 순이었다.
편리한 생활여건에 대한 설문에서도 ‘좌광천, 쌈지공원 등 녹지공간이 많아 쾌적한 주변 환경’이 64.4%로 가장 많았지만 도서관 박물관 등 공공기관 근거리 위치도 20.1%나 됐다. 현재 정관신도시 내에는 정관도서관, 정관어린이도서관, 정관박물관 등이 있다. 정관신도시에서 8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장모(여·42) 씨는 “걸어서 15분 거리에 도서관이 있고, 여러 종류의 공원도 걸어서 갈 수 있다. 좌광천에서 자전거를 타도 되고, 가까운 거리에 국립부산과학관과 수산과학원도 있다. 이처럼 신도시 내에서도 충분히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이 많아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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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박물관 |
지자체의 ‘빵빵한’ 지원도 한몫한다. 기장군은 한 해 교육경비 지원 예산이 지방세 대비 11%로 부산지역 지자체 중에서는 ‘군계일학’ 수준이다. 올해 기준으로 출산 지원정책 투입예산이 19억5000만 원, 교육·학교 지원사업이 126억6000만 원에 달한다. 사업비가 많으니 다른 지자체에서는 엄두도 못 낼 사업도 많다. 지난해 이미 고교 무상급식을 전면 시행했으며, 방과후학교 운영 지원에도 8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청소년 영어캠프, 영재교육센터 운영 등 공교육 강화 사업도 눈에 띈다.
이 같은 지원은 실제로 학부모들의 만족도로 나타나고 있다. ‘적정규모학교…’ 설문조사에서 타 지역에 정관과 같은 교육경비 지원이 있을 경우 이사할 의향을 묻는 말에 ‘고려해 보겠다’가 49.1%로 절반을 차지했으며, ‘있음’도 18.7%나 됐다. 즉, 67.8%의 학부모가 교육경비 지원이 많은 곳으로 이사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것이다. 이는 정관읍의 풍부한 교육인프라·예산 지원이 인구 유인 요소임을 방증한다. 추가 출산 사유에 대한 설문에서도 ‘좋은 교육여건’을 1순위로 꼽은 비율이 17.7%, ‘지자체의 교육경비 지원으로 양육 부담 감소’를 꼽은 비율이 10.3%나 됐다. 정관신도시에서 7살, 11살 두 아이를 키우는 김모(여·45) 씨는 “학교 방과후수업이 워낙 잘되어 있어서 학원에 갈 이유가 딱히 없다. 아이가 많다 보니 단지 내에도 여러 종류의 교습소가 많아 아이들을 멀리 보내지 않고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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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광천 |
유아·아동 인구의 증가는 다시 이들을 위한 투자를 불러오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 7월 기장군 노인복지관에 학교밖 돌봄교실인 ‘우리동네 자람터’를 조성했다. 학교 돌봄교실에 탈락한 학생을 수용하기 위해서다. 기장군이 정관읍에 약 1000억 원을 투자해 교육행복타운을 조성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장군 관계자는 “정관읍에 교육 관련 공공시설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많았고, 마침 모전리에 마땅한 부지가 있어서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송이 박호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