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에도 이웃과 경찰의 도움으로 따뜻한 명절을 보낸 이가 넘쳐나 주위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21일 오후 필리핀 국적의 하타알리(56) 씨는 연휴를 맞아 고국에 돌아가기 위해 전남 여수에서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을 찾았다가 가슴을 크게 쓸어내려야 했다. 버스 화물칸에 보관해둔 여행 가방이 사라진 것이다. 가방 안에는 가족 선물과 힘들게 일하며 모은 돈 3000달러가 들어 있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버스터미널 CCTV에서 하타알리 씨 가방과 비슷한 크기의 가방과 서로 바뀐 것을 확인했다. 즉시 부산경찰청 전체 무전으로 분실물 수배에 나섰고 북부경찰서 만덕지구대에도 여행가방 분실신고가 접수된 사실을 발견했다. 하타알리 씨 가방을 실수로 바꿔 가져간 승객이 신고한 내용이었다. 비행기 출국 시간이 임박하면서 만덕지구대 경찰은 김해공항까지 달려갔고 이날 오후 5시30분께 무사히 하타알리 씨에게 가방을 인계했다.

부산의 한 노모는 수십 년 동안 모르고 살았던 아들의 묘를 경찰의 도움으로 찾을 수 있었다. 해운대구에 사는 이모(여·79) 씨는 지난 23일 오전 11시께 해운대구 반석파출소를 찾아 “30년 전 사망한 아들 묘를 찾고 싶으나 위치를 알지 못하겠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늦둥이 아들을 30년 전 잃은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최근 다시 한국에 돌아온 이 씨는 아들이 그리워 묘라도 찾고 싶은 간절함에 경찰서를 찾았던 것이다.

이 씨가 가진 것은 낡은 사진 한 장과 종이에 적힌 약도뿐. 이 씨의 사연을 들은 경찰은 약도와 사진을 들고 인근 지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반송동 인근을 2시간 동안 수색한 경찰은 마침내 이 씨 아들 묘를 찾을 수 있었다.

부산보훈청은 9월 생일이면서 홀로 거주하는 보훈 어른신들에게 생일상을 마련했다. 부산정보관광고 제과제빵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6·25 참전용사 이일열(88) 씨와 6·25 참전용사 유족인 임일금(89) 씨 가정을 방문해 이불과 직접 만든 케이크를 전달했다. 또 다음 달 1일인 국군의날을 기념해 감사 손편지를 낭독하고 축하노래도 부르며 예를 갖췄다. 이 씨는 “직접 만든 케이크는 처음 받아본다. 편지까지 받아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