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회 추행 중 18회 유죄 인정

- “책임 회피·피해자 전가 일관”

- 법원, 성폭력 치료·취업제한도

극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윤택(66·사진)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미투’ 운동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명인 가운데 첫 실형 선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19일 유사강간치상과 상습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감독의 공소사실 중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있는 단원을 지도한다는 명목으로 반복적인 성추행을 저질렀다”며 “연극을 하겠다는 꿈을 이루려면 피고인의 권력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원들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해 스스로 반성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자신의 행위가 연극에 대한 과욕에서 비롯됐다거나, 피해자들이 거부하지 않아 고통을 몰랐다는 등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미투 폭로로 자신을 악인으로 몰고 간다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질타했다.

연극계를 대표하는 작가 겸 연출가인 이 전 감독은 연희단거리패의 창단자이면서 실질적인 운영자로 거리패 내에서 출연 배우 선정 등 절대적 권한을 가졌다. 이런 권한을 이용해 마사지를 요구하면서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2010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여배우 9명을 25회에 걸쳐 상습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6년 12월 여성배우의 신체 부위에 손을 대고 연기 연습을 시켜 적응장애 우울증 등 상해를 가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18회 추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나머지는 피해자가 법정에서 증언하지 않아 증거가 부족하거나 일반적인 발성 연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배우의 우울증 적응장애를 유발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이 전 감독 측은 재판 과정에서 미투 운동에 편승한 피해자들의 고소 진정성이 의심되고, 배우의 신체를 만진 것은 연기지도 중 정당한 행위였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가 실명까지 공개하고 오래전 추행이지만 상세하고 일관된 진술을 내놓고 있어 신빙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정당행위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신체 접촉 부위와 정도가 선량한 성적 도덕 관념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