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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4> 엉터리 진상보고서

국가차원 첫 보고서 ‘졸속’… 진상위 활동부터 연장해야

  • 이준영 기자
  •  |   입력 : 2018-09-16 19:07:59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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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넘게 조사해 만들어진 초안
- 항쟁 진압주체 위주 부실투성이
- 당시 구류자 650명 추산 불구
- 입증할 자료 부족 153명만 인용

- 당장 다음 달 12일 보고서 채택
- 수정 기반한 조건부 채택 유력
- 부마항쟁법 개정안 통과 필수
- 활동 2년 더 늘려 촘촘한 조사를

“유신에 조직적으로 항거한 국내 최초 시민운동은 맞다. 근데 구체적 내용이 빠졌다.” “문헌 기록 내용은 거의 다 틀렸다.”
   
부마항쟁 보고서가 부실하게 작성돼 촘촘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16년 10월 열린 부마진상위 회의 모습. 부마진상위 제공
‘진짜 부마항쟁보고서 작성’이 목적인 국제신문 창간기획이 시작되면서, 1979년 10월을 기억하는 부산시민 증언이 잇따라 모이고 있다. 정부가 2014년 10월부터 3년 넘게 조사해 지난 2월 내놓은 ‘부마항쟁진상보고서(초안)’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증명되는 셈이다. 경찰 피의자 심문 조서 내용 위주의 부실한 사료를 기반으로 역사가 쓰이면서, 핵심 사실이 누락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비판이 거세지자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 및 관련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부마진상위)는 보고서 채택을 올해 4월에서 다음 달 12일까지로 연기했다. 문제는 이 6개월 동안 얼마나 더 많은 추가 자료와 증언을 수집하고 분석을 했느냐다. 역시나 ‘맹탕’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정부 차원의 보고서 채택을 더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실한 보고서 이대로 마무리?

부마진상위의 보고서는 큰 의미가 있다. 국가 차원에서 발행하는 최초 공식 보고서여서다. 항쟁이 왜 중요하고, 국민에게 왜 알려져야 하는지 의미와 성격 등이 모두 규정된다.

관건은 지난 2월부터 얼마나 더 많은 자료와 증언을 확보했느냐다. 부마진상위는 국가기록원과 국방부, 경찰청 등 30여 개 기관의 자료와 연구논문, 미국 국립기록관리처 등의 자료를 수집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미확보 핵심 자료가 많다. 부마진상위의 한 관계자는 “당시 무고한 다수 시민이 불법 구금돼 구류를 살았던 것을 증명할 경찰과 검찰의 심문 조서가 없다”고 털어놨다.

특히 창원보다 부산 쪽 자료가 부실하다. 부산에서 항쟁에 참여했다 구류를 당한 이들은 651명으로 추산되는데, 진상규명위가 피해보상 등의 당위성이 인정돼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관련자’로 ‘인용결정’을 내린 이는 153명에 불과하다. 관련자로 인정되면 증서를 받아 명예가 회복되고, 최대 5000만 원 상당의 금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구류를 산 관련자가 되려면 자신이 구류 판결을 받았다는 경찰과 검찰 심문조서나 재판기록이 있어야 한다. 확실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게 없으면 구류된 사실을 증언할 3명의 보증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시 보증인 3명을 찾는 것은 어렵다. 최근 관련자 신청을 한 제정화(61) 씨도 보증인 3명을 못 찾아 인용되지 못하고 ‘보류결정’이 났다.

부마진상위 차성환 상임위원은 “창원은 경찰과 검찰 기록이 군대로 넘어가 자료가 확보된 반면 부산은 그렇지 못해 자료 확보가 쉽지 않다”며 “부산과 마산 곳곳에서 어떤 항쟁이 있었는지는 참가자의 진술이 중요한데 여전히 진술자가 제한적이라 세부적인 부분에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마항쟁의 유일한 사망자로 추정되는 유치준 씨를 관련자로 인정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면 재조사에 들어갔다. 지난 2월 발표된 보고서 초안에서는 유 씨의 사망이 부마항쟁과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진상규명위는 초안 발표 후 정확한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관성이 없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보고 ‘판단 불능’ 상태로 둔 뒤 추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수정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부마항쟁법 개정안’ 시급

지금대로라면 다음 달 나올 보고서는 역시 ‘졸속’이다.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진상조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부산 사하갑) 국회의원이 지난 1월 대표 발의한 ‘부마민주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마지막 동아줄이다. 법안의 핵심은 부마진상위의 활동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것. 이렇게 되면, 다음 달 10월 12일까지인 보고서 채택이 2020년 10월까지로 늘어나 더 많은 조사를 할 수 있다.

최 의원실 관계자는 “현행법은 진상규명위가 관련 자료 확보에 실권이 없어 조사를 충실히 수행하기 어렵고, 생활지원금을 받기 위한 과정조차 까다로워 실질적 효과가 되지 않고 있다”며 “개정안 통과를 위해 야당 협조는 물론 부마진상위와도 노력 중이다. 다음 달 내 제정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개정안에는 생활지원금을 받기 위한 기준을 조정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현행법에는 ‘30일 이상 구금’ ‘회사 재직기간 1년 이상인 해직자’만 지원한다. 개정안은 ‘10일 이상 구금’과 ‘재직기간 6개월 이상’으로 완화하자는 것이다. 16일 부마항쟁이 발발해,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죽으면서 구금돼 있던 이들이 대다수 풀려났다. 이후 더 낮은 처분인 구류를 받은 이가 많아, 30일 이상 구금 인원은 적을 수밖에 없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에는 생활지원금을 받기 위한 구금 일수 기준 자체가 없다.

개정안은 지난달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됐다.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회부돼야 하는 만큼, 다음 달 12일 통과까지는 시간이 촉박하다. 부마진상위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졸속 보고서를 최종본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 보고서 안에 ‘새 증언과 자료가 나오면 보고서를 수정한다’는 단서를 달아 조건부 채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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