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치원 취원율 전국 꼴찌 수준
- 국공립 유치원은 입학추첨 전쟁
- 사립선 입학 경쟁률 공개 꺼려
- ‘좋은’유치원 검증 사실상 불가능
- 부산 1646명 아이돌보미 있지만
- 구·군별 운영돼 적소배치 어렵고
- 희망 시간대 겹쳐 바로 이용못해
8살, 4살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이모(여·38) 씨는 몇 달 전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신청하려다 결국 포기했다. 그동안 아이들을 돌봐주던 시어머니가 수술을 받은 후 회복되기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려 급한 마음에 문을 두드렸지만 3개월은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남편과 돌아가며 휴가를 쓰고 조퇴를 불사하며 돌봄 공백을 겨우 메웠다. 이 씨는 “공공기관에서 교육해 파견하는 아이돌보미가 훨씬 믿음직해 서비스 신청을 한 건데 석 달이나 기다려야 한다면 과연 누가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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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부산 사하구 구평동 e편한세상 아파트 커뮤니티에 마련된 부산시 마을 돌봄 시설인 ‘다함께 돌봄 센터’에서 학생들이 돌봄 교사와 함께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 믿고 맡길 데가 없다
공공기관에서는 다양한 돌봄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필요할 때 바로 활용할 수 없거나, 있어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보육·돌봄 서비스는 주로 민간에 의존하고 있다.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무상 보육이긴 해도 운영 주체는 대부분 민간이다. 지자체나 교육청이 이들을 관리·감독하지만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터지는 등 믿고 맡기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니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기약 없이 대기하거나 국공립 유치원이나 평판 좋은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 회사에 휴가까지 내고 입학 추첨에 ‘전투적으로’ 참여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공립 시설 증가율은 여전히 거북이걸음이다. 부산지역 국공립어린이집 설치율은 전국 2위지만 여전히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어린이집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부산의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은 올해 2월 기준 15.1%로 전국 평균(24.8%)에 한참 못 미친다.
천차만별인 학교와 유치원 역량을 검증하거나 확인하는 것도 어렵다. 보건복지부는 평가인증제를 도입해 수 년에 한 번씩 어린이집을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평판 좋은 어린이집이 되레 낮은 점수를 받았거나 높은 점수를 받은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벌어지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마저도 온전히 믿기는 어렵다. 유치원 검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사립유치원은 입학 경쟁률이 공개되는 것도 꺼려 입학 전산시스템 ‘처음학교로’ 도입조차 미적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세 아이를 키우는 이모(여·39) 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아동학대 사건이 터지니 믿고 맡길 수 있는 기관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어디가 괜찮은 곳인지 알 수도 없는 데다 좋다고 하는 곳은 입학 경쟁률이 명문대 입학 수준”이라며 “보육기관의 수준이 비슷해야 어디에 맡겨도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보육연대 안진경 대표는 “평가인증 점수를 보고 어린이집을 택하는 엄마는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 유치원은 아예 관리 밖에 있어서 더욱 문제”라고 꼬집었다.
■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아이돌보미 서비스 역시 ‘그림의 떡’이다. 시에 따르면 현재 부산 16개 구·군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보미는 모두 1646명. 그러나 구·군별로 운영되다 보니 지역 구분 없이 적재적소 투입이 어려운 데다 돌보미를 주로 필요로 하는 시간대가 겹치다 보니 수개월씩 대기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구·군별 격차도 크다. 해운대·기장의 경우 돌보미 1인당 12세 이하 아동 수가 426명인데 반해 영도·중구는 140명, 부산진·동구는 183명이다. 아이돌보미 역시 이동 시간이 적고 안정적인 종일 돌봄을 선호하고 있어 시간제 돌봄은 상대적으로 서비스를 받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시 관계자는 “현재 2시간 단위로 이용 시간을 끊다 보니 돌보미 입장에서는 이동 시간이 길어져 힘들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다”며 “돌보미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돌보미 시급을 인상하고 최소 이용 시간을 하루 4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등 돌봄 교실 역시 제약이 많다. 지난해 국회 예산처가 펴낸 ‘저출산 대책평가 Ⅴ-가족·양육’ 보고서를 보면 기혼 직장인 여성은 동거 가구원 돌봄을 위한 이동 시간대가 오후 4시를 정점으로 오후 8시까지 분포해있으나 현재 돌봄 교실은 오후 5시까지 운영해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내 돌봄 교실은 곳곳에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정관이나 명지 등 학생이 많은 지역은 학기 초가 되면 수십 명씩 대기자가 발생했다. 이에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7월 학교 밖 돌봄 교실인 ‘우리동네 자람터’ 사업을 처음 도입했다. 그러나 안전한 장소 확보가 선결 조건이어서 마땅한 장소가 확보되지 않으면 사업을 확대하기가 어렵다. 늘어나는 운영 예산 부담도 만만치 않다. 돌봄 교실 한 곳에 연간 약 5000만 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모두 교육청에서 부담하기엔 한계가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산 확보가 관건이다 보니 지자체와 교육부에서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용 인원이 한 학년당 20명 남짓에 그치는 데다 소득 수준으로 대상을 정해 ‘저소득층만 가는 곳’이라는 인식도 문제다. 지역아동센터도 일반 아동에게 문을 개방했지만 저소득 가정 아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이라는 인식이 강해 이를 해결하는 것도 숙제다.
시간제 보육 어린이집이나 시간 연장 어린이집도 구·군별로 들쑥날쑥하다. 시간 연장 어린이집의 경우 고령 인구 비율이 비교적 높은 서구와 동구가 16개소인 데 반해 젊은 층이 비교적 많은 동래구는 18개소에 불과하다. 강서구는 5개소밖에 없다. 시간제 보육 어린이집은 강서구에는 한 곳도 없으며 남구와 부산진구에도 각각 1개소 1개반에 그친다. 안 대표는 “시간제 보육 어린이집은 이미 다니는 아이들이 있는 곳에 객식구처럼 아이를 몇 시간 맡기는 형태여서 육아종합지원센터 외에 일반 어린이집은 꺼리는 분위기”라며 “차라리 친척이나 옆집 엄마 손을 빌리는 게 낫다고들 하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하송이 기자
부산시 아이돌봄서비스 현황 (자료:부산시) |
기관명(담당 지역) |
12세 이하 아동 수 |
아이 돌보미 |
영도구건강가정지원센터(영도·중구) |
1만1253명 |
80명 |
부산진구건강가정지원센터(부산진·동구) |
1만1253명 |
80명 |
동래구종합사회복지관(동래구) |
2만6748명 |
123명 |
남구종합사회복지관(남구) |
2만5848명 |
121명 |
사회복지법인 공덕향(북구) |
2만9711명 |
214명 |
해운대구건강가정지원센터(해운대구·기장군) |
6민8222명 |
160명 |
사하구건강가정지원센터(사하·서구) |
4만165명 |
196명 |
금정구건강가정지원센터(금정구) |
2만438명 |
127명 |
낙동사회복지관(강서구) |
2만573명 |
89명 |
연제구건강가정지원센터(연제구) |
2만227명 |
123명 |
수영구건강가정지원센터(수영구) |
1만4896명 |
92명 |
사상구건강가정지원센터(사상구) |
2만231명 |
114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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