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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375> 히드라와 인드라: 제석천의 그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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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8-30 18:47:42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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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드라! 이름만 들어도 징그럽다. 물속 강장동물이다. 키가 1㎝ 정도로 긴 원통형 몸의 입 주위에 촉수가 여러 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대한 물뱀인 히드라에서 유래한 이름인 듯하다. 반신반수(半神半獸)인 히드라도 머리가 여러 개다. 헤라클레스가 수행한 12개 과업 중 가장 치명적인 게 히드라 처단이었다. 여덟 개 머리를 불로 지져 죽이고 나머지 한 개인 불사(不死)의 머리를 바위로 짓눌러 영원히 무력화시켰다. 나중에 헤라클레스는 히드라 독에 감염되자 고통에 못 이겨 스스로 장작불에 타죽지만 결국 신의 반열에 오른다.

   
하드라도 인간도 걸쳐 있는 인드라망.
인드라! 이름만 들어도 성스럽다. 고대 인도의 경전(Veda)에 나오는 신이다. 제우스처럼 최고위급 강력한 신의 제왕이다. 번개 천둥 벼락으로 전쟁을 벌인다. 아수라와의 대결에서 승리하기도 한다. 자유분방한 난봉꾼이기도 하다. 이 인드라는 불교로 옮아가면서 보다 철학적 의미를 내포하게 된다. 인타라(因陀羅)로 음역되지만 제석천(帝釋天)으로 의역된 이유다. 임금 제(帝), 부처님 석(釋), 하늘 천(天).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광활한 뜻을 가진 불교의 수호신이다. 그의 무기는 그물(網)이다.

이 제석천의 그물이 불학(佛學)의 근본 철학인 연기(緣起)로 전환한다. 바로 세상을 덮고 있는 거대한 그물인 인드라망이다. 그물코마다 박힌 구슬이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며 연결되어 있다. 하나가 흔들려도 전체가 흔들린다. 물속의 미물인 히드라도 인드라망에 걸쳐 있다. 인간도 그물코에 걸쳐 있다. 세상의 중심에 있다고 착각하지 말자.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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