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청, 신호주기 조정안 검토

보행자 안전을 위해 설치된 부산 일부지역 대각선(X자) 횡단보도가 교통 흐름에 큰 지장을 줘 주민이 반발하고 있다.

최근 부산 동래구 안락동에 설치된 대각선 횡단보도.

29일 오전 8시께 부산 해운대구 반여4동 센텀SK뷰 앞 버스정류장은 30여 명의 시민이 긴 줄을 섰다. 도시철도 1호선 동래역과 교대역을 오가는 506번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행렬이었다. 버스는 승객이 모두 타는 1분 정도를 정차한 후 다시 출발했지만, 약 200ｍ를 달린 후 다시 멈췄다. 동래구 안락동 만수약국 사거리부터 발생한 정체가 이어진 탓이다. 국제신문 취재진은 센텀SK뷰 정류소에서부터 시내버스 뒤를 따라갔는데, 정차 후 신호가 네 번 바뀐 뒤에야 사거리를 통과할 수 있었다. 1개 정거장을 지나는 데 6분가량이 걸렸다.

정체 시간이 길어진 것은 동래구 안락동 만수약국 사거리의 횡단보도 체계를 바꾼 탓이 크다. 직진 신호에 양옆 횡단보도를 건너는 방식이었는데, 보행자 안전을 위해 부산시와 부산경찰청이 지난 17일부터 대각선 횡단보도 방식으로 변경했다. 변경 후 보행신호 30초 동안 사거리 모든 차량이 정지하면서 출근길 극심한 정체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반여4동의 유일한 시내버스 노선인 506번의 배차 간격도 늘어날 처지에 놓였다. 현재 506번 버스의 배차 간격은 24분. 506번 버스 기사 양모(59) 씨는 “원래 1, 2분이면 지나갔는데 예전의 서너 배가 걸린다. 비가 올 때는 센텀SK뷰 앞까지 정체돼 사거리를 통과하는데 10분이 걸렸다”며 “휴식도 없이 다음 운행을 나가는데도 시간을 맞추지 못해 고객에게 욕을 먹기 일쑤”라고 말했다. 506번 노선을 운영하는 삼성여객 관계자는 “횡단보도 체계가 바뀐 후 운행 시간이 늘었다. 상황을 더 지켜보고 고정적 지연으로 확인되면 배차 간격을 늘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주민은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지역 사정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여4동 주민 서모(55) 씨는 “이곳은 시내버스가 한 시간에 4대 다니는 도심 속 ‘교통 오지’다. 보행자 안전도 좋지만 교통 소외 지역의 주민 사정도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대각선 횡단보도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 관련 민원이 접수돼 신호 주기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