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폭식증 환자 93% 여성
- 외모 민감 20대가 44% 차지
- “마른 몸매 선호 사회분위기 탓”

건강을 해칠 정도의 무리한 다이어트를 지속하던 10대 여성이 유명을 달리해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여성에게 특정한 신체상을 강요하는 사회적 시선이 이 사건의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달 16일 오전 11시 부산의 한 빌라에서 A(19) 씨가 갑자기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7시께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한 A 씨가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부산경찰청은 외상 등 범죄 흔적이 없어 뚜렷한 사인을 밝히기 어려워지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과학수사연구소에 A 씨의 부검을 의뢰해 최근 부검 결과 보고서를 받았다고 26일 밝혔다.

A 씨의 사인은 ‘전해질 불균형’이었다. 전해질은 나트륨 칼륨 클로라이드 등 생리 대사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사람의 몸이 정상 상태를 유지하려면 체내 수분과 전해질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이 균형이 무너지면 현기증과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A 씨가 한 번에 많은 음식을 섭취하고 이를 다시 게웠던 것이 전해질 불균형을 초래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부검의 소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A 씨 가족은 고등학교 때부터 다이어트에 많은 신경을 쓴 그녀가 음식을 먹고 난 뒤 구토를 했으며 일상생활 중에 어지럼증을 느끼곤 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이른바 ‘폭토(폭식 후 구토)’로 불리는 이러한 행동은 전형적인 폭식증 증상이다. 폭식증은 체중 증가가 두려워 식욕을 억누른 것이 갑자기 터져 나와 폭식을 한 뒤 이를 토해내는 식이장애의 일종이다. 국내에서는 A 씨와 같은 젊은 여성이 주로 이 병에 고통받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3년 폭식증에 지급된 건강보험 진료비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전체 진료 인원 1796명 중 1648명이 여성으로 전체의 93.8%에 달했다. 반면 남성은 112명으로 6.2%에 그쳐 1 대 15의 성비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 폭식증 환자 중에서는 20대가 44.9%를 차지해 ‘20대 여성’ 그룹에서 가장 많은 폭식증 환자가 있었다.

문제는 폭토와 같은 행동이 몇몇 이들에게는 마른 몸매를 위해 감내해야 할 행위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실제 회원 수 2000여 명의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서는 ‘폭토하기 좋은 음식을 추천해달라’는 등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이처럼 20대 여성이 폭식증에 노출된 데는 왜곡된 신체상을 강요하는 사회적 시선이 자존감을 위축시킨 탓이 크다. 부산대병원 문은수(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날씬한 몸매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