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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54> 밀양 아리랑길 3길

은빛 강 줄기 따라 걷다보면 “날 좀 보소 …” 아리랑 노랫가락 절로 흥얼

  • 박동필 기자
  •  |   입력 : 2018-08-26 19:10:48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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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 닮아 용두연 유원지로 불려
- 산 정상서부터 이어진 편한 길
- 선선한 바람 적시며 오솔길 산책

- 금시당서 본 밀양강 풍경 황홀
- 국내 최초의 농경 수리시설도
- 특이한 구조의 월연정 풍채 접해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나알 좀 보소…’.

경남 밀양 시민의 솔(Soul) 음악인 ‘밀양아리랑’이다. 밀양 시민의 아리랑에 대한 사랑은 끝이 없어 둘레길 이름에도 붙여질 정도다. 멋진 풍경과 명승지를 따라 밀양 시내의 내·외곽을 이어주는 둘레길이 바로 밀양아리랑길이다. 이 길은 크게 1, 2, 3길로 나뉜다. 이 중 3길(5.6㎞·3시간)이 최고의 길로 꼽힌다. 아리랑의 선율처럼 박진감 넘치게 때론 고요하게 흘러가는 밀양강을 따라 걷기 때문이다.
   
월연정으로 가는 둘레길. 길 아래 절벽이 이어져 있는 등 비경이 펼쳐져 있다.
■ 감탄사 절로 나는 밀양강 절벽 길

밀양역에서 차로 5분,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밀양철교 부근이 밀양아리랑길 3길의 들머리다. 지형이 용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용두연 유원지로 불린다.

둘레길을 걷다 잠시 뒤돌아보면 강을 가로지르는 밀양철교 전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1904년 일본 강점기 때 경부선 구간의 하나로 교각을 자연석으로 쌓아 만든 이 철교에는 아픈 사연이 서려 있다. 교각을 지을 때 사용된 석축은 다름 아닌 조선시대 밀양읍성을 허물어서 나온 돌이기 때문이다.

밀양시 손영미(49) 관광마케팅 담당은 “이곳은 2000년대까지 유명한 유원지로 사람들이 보트를 타거나 멱을 감기도 했다. 주변에 민물 회로 장사하는 횟집도 많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정적만 남아 있다.

흙길은 어느새 나무계단과 난간으로 이뤄진 덱으로 바뀌어 산 정상으로 향한다. 덱 길은 다소 가파르지만 정상으로 올라가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거친 숨을 멈추고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니 저 멀리 펼쳐진 풍광이 압권이다. 밀양강은 은빛 비늘을 번뜩이며 어서 오라 손짓하고, 이웃한 너른 들녘에는 백색의 비닐하우스가 성냥갑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천경사와 최초의 수리시설

   
좁은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자 대숲 사이로 노란 벽이 인상적인 천경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장창진(64) 문화관광해설사는 “어릴 때 이 사찰 스님들이 절에서 60m 절벽 아래로 내린 두레박으로 강물을 길러 식수로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물이 워낙 깨끗해 그냥 마셔도 됐다”고 회고했다.

숲 자락을 흔들며 가는 여름이 안타까워 마지막 피치를 올리며 울어대는 매미 울음소리를 따라 산 정상에 올라서자 제법 선선한 바람이 지친 심신을 달래준다. 지금부터는 산책로처럼 편안한 길이 이어진다. 아리랑 3길은 오솔길이 덱으로 이어지고 중간에 길과 길을 연결하는 다리가 나오는 등 심심할 겨를이 없다. 여름보다는 봄, 가을에 찾으면 진수를 맛볼 수 있겠다.

동행한 관광해설사의 손끝은 저 멀리 유유자적하게 흘러가는 밀양강을 가로막고 있는 물막이 보로 향한다. 강을 ‘한 일(一)’ 자로 가로막고 물길을 농경지 쪽으로 흘려보내는 거대한 물막이(수리시설)다. 그는 “이 보는 일본 강점기 때 일본인 마쓰시타 베이찌로가 만든 것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농경 수리시설이었다”고 설명한다. 이 수리시설을 통해 모인 물은 산을 뚫어 수로를 내 2, 3㎞ 떨어진 상남 들녘에 곡식을 키우는 데 활용했다. 일제에 의해 자행된 곡식 수탈의 흔적인 셈이다. 이 시설을 지금도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선비의 멋이 담긴 금시당과 월연정

   
금시당(도 문화재자료 제228호) 전경. 이 건물은 조선 명종 때 관리이자 유학자인 이광진 선생이 1566년 지었다.
짙은 향기를 내뿜는 키 큰 소나무 군락지를 벗어나자 4채의 옛날 가옥이 정갈한 모습을 드러낸다.

조선 명종 때 관리이자 유학자인 이광진 선생이 1566년 지은 금시당(경남도 문화재자료 제228호)으로, 마당에 우뚝 선 500년 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이 종택이 범상치 않음을 암시하고 있다. 16대 후손인 이용정(77) 씨는 “임진왜란 때 왜적들이 밀양강을 따라 진입해 영남루에 이어 금시당도 불태웠다”며 “금시당은 이후 중수돼 17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금시당에서 내려다본 밀양강의 풍광은 나라 땅에서 좀체 볼 수 없는 절경이다.

종택을 나와 걸음을 재촉하니 이번엔 한림학사 출신인 월연 이태 선생이 1520년 지은 월연정이 풍채를 자랑한다. 월연정은 한가운데 내실(방)을 중심으로 4면이 마루로 돼 있는 특이한 구조다. 밤에 이곳에 오르면 하늘의 달과 호수(밀양강)에 내려앉은 달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옛 선비들의 풍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밀양 사람들은 이 월연정이야말로 담양 소쇄원과 비견된다고 자부하고 있다. 둘레길은 1월 1일 해맞이 행사를 열리는 추화산성(해발 243m)으로 이어진다. 이어지는 길을 줄곧 따라가면 원래 출발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박동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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