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여론조작 지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7일 오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영장심사가 2시간 반에 걸친 치열한 법리 공방이 끝나고 법원의 판단만 남겨두고 있다.

김 지사는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이날 늦은 밤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대기한다. 법원이 김 지사의 손을 들어주면 바로 풀려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부장판사는 17일 오전10시30분부터 오후 1시께까지 김 지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주장하는 그의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와 구속 필요성을 심리했따.

이날 김 지사와 특검 측은 김 지사가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알고 있었는지, 구속수사의 필요성이 있는지 등을 놓고 반박을 이어갔다.

특검은 15일 법원에 제출한 8쪽짜리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저녁 드루킹이 운영한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2층 강의장에서 열린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했다고 적시했다.

이 자리에서 킹크랩 초기버전의 구동을 지켜본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방식으로 킹크랩 사용을 승인했다는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김 지사가 지난 2월까지 이어진 드루킹의 방대한 댓글조작에 공범이 됐다는 것이 특검의 주장이다.

핵심 증거 중 하나로 특검은 드루킹 일당이 시연회 날 작성한 ‘20161109 온라인정보보고’라는 MS 워드 파일을 제시하고 있다. 이 파일에는 드루킹이 이끌었던 단체 ‘경인선’과 킹크랩 등에 대한 설명이 담겼다.

특검은 이 파일이 김 지사의 느릅나무 출판사 방문에 대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영장판사 앞에서 “드루킹이 ‘선플(선한 댓글) 운동’을 하는 줄로만 알았을 뿐 조직적인 댓글조작을 하는지 몰랐다”며 드루킹과 공범이라는 특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지사는 드루킹이 운영하는 출판사를 간 사실은 있지만 그 자리에서 킹크랩이나 비슷한 댓글조작 프로그램은 본 일이 없으며 이 같은 주장을 하는 드루킹의 진술이 객관적 물증과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현직 도지사로서 도를 운영할 의무가 있다는 점, 특검 소환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휴대전화도 임의 제출하는 등 도주 우려가 현저히 적은 점 등을 언급하며 영장은 기가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어도 18일 새벽 결정된다. 김영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