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랑 끝 법리공방 예상

- ‘드루킹’과 공모관계 인정 여부
- 범죄 혐의 소명·증거인멸 따져
- 영장서 선거법 위반 혐의 제외
- 김 지사 진술과 확보 증거 달라

# 구속영장 기각 땐

- 특검, 50일 수사 빈손 마무리
- 노회찬 사망사건과 맞물려
- 정치적 목적 무리한 수사 비난

# 구속영장 발부 땐

- 김 지사 정치생명 큰 위기
- 차기 대권주자 반열 수포로
- 문재인 측근… 정치권 큰 파장

‘드루킹’ 김동원 씨의 댓글 조작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김 지사와 특검이 사활을 걸고 심문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김 지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다고 16일 밝혔다. 김 지사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17일 밤, 늦어도 18일 새벽 결정될 전망이다.

특검 관계자는 “김 지사의 댓글 조작 공범 혐의에 소명이 충분하고 구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드루킹이 운영하는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시연을 보고 묵시적으로 사용을 승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두 차례 소환 조사에서 김 지사가 혐의를 부인하자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킹크랩을 시연했다는 드루킹 일당 ‘둘리’ 우모 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드루킹의 USB에서 확보한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이 신빙성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지사는 ‘킹크랩’ 시연을 본 적이 없고 드루킹이 ‘선플 운동’을 하는 줄 알고 좋은 기사를 알리려고 기사의 인터넷 주소(URL)를 보낸 적이 있을 뿐 댓글 조작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양측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벼랑 끝 법리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 지사는 현직 도지사이고, 특검 조사에도 협조했으므로 도주 우려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범죄 혐의 소명과 증거인멸 가능성에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달려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킹크랩’의 시연회 참석이라는 핵심 정황이 드루킹 일당의 진술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영장 발부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이 나온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 특검이 50여 일 수사 기간 핵심 혐의인 댓글 조작 공모 여부도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 사망 사건과도 맞물려 정치적 목적으로 특검이 무리한 수사를 벌인 게 아니냐는 비난까지 나올 수 있다.

반대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김 지사의 정치 생명은 위기를 맞는다. 김 지사는 경찰 수사를 받는 악재를 딛고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지만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김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만큼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다.

한편, 특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제외하고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만 적시했다. 특검은 김 지사가 지난해 대선과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드루킹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였다. 앞서 김 지사 관사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할 때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적시했다. 특검은 김 지사와 드루킹의 대질 과정에서 드루킹이 일부 진술을 번복하자, 영장에 혐의를 적시할 만큼 수사가 탄탄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구속영장이 기각될 때를 대비해 확실한 2차 카드를 남겨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