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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1심 무죄] 여성계 반발 “법원이 성적갑질 인정”…미투운동 찬물 우려

  • 국제신문
  •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
  •  |  입력 : 2018-08-14 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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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Means No rule’ 없는 현행법

- 安 “부끄럽다 … 다시 태어나겠다”
- 법원 “피해자 진술 신빙성 낮아”
- 폭행·협박 있어야 강간죄 성립

# 여성단체 안 전 지사 무죄 규탄

- “성폭력 피해자 침묵 강요 판결”
- 김지은 측 변호사 “끝까지 싸울 것
- 정조 말할 때 결과 이미 예견돼”
- 검찰도 “납득 어렵다” 항소 밝혀

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모든 혐의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미투’ 운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여성단체들은 “법원이 지위를 가진 사람의 성적 갑질을 인정한 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안희정 전 충남지사 1심 무죄 선고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면서 무죄 판결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왼쪽),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용우 기자ywlee@kookje.co.kr
서울서부지법 형사 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4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없고, 피해자인 충남도 전 정무비서 김지은 씨의 진술도 신빙성이 낮다는 판단이다. 선고 이후 법정을 빠져나온 안 전 지사는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부끄럽다. 많은 실망을 드렸다. 다시 태어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No Means No rule’ 혹은 ‘Yes Means Yes rule’이 입법되지 않은 현행 성폭력범죄 처벌 법제 아래에서는 폭력이나 협박, 위력을 행사했다는 증명이 없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No Means No rule’은 상대방이 부동의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성관계로 나아가면 강간으로 처벌하는 제도다. ‘Yes Means Yes rule’은 상대방의 명시적이고 적극적인 동의 의사가 없을 때 성관계로 나아가면 강간으로 처벌하는 체계를 말한다.

그러나 이 판단에 여성단체 등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는 “권세나 지위를 가진 사람이 소위 말하는 갑질을 성적으로 휘두르는 것을 법원이 인정한 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배 대표는 “조직 안에서 권력 있는 자가 마음껏 위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인정한 것과 다름없어서 수용할 수 없다”며 “미투 운동도 굉장히 위축시킬 것이고, 이 판결을 기다린 많은 사람을 좌절시킨 꼴”이라고 말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이 사건 초기부터 김 씨를 지원했던 단체다. 이 단체를 중심으로 꾸려진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도 “피해자가 저항해야 할지, 생계를 유지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했던 상황을 법원이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성폭력 피해를 사회에 알리기까지 수백 번 고민하기를 반복할 피해자들에게 이번 판결은 침묵을 강요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도 여성단체의 반발이 이어졌다. 부산 성차별 성폭력 끝장집회 기획단은 이날 오후 서면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지사의 무죄 판결을 규탄했다.
김 씨도 이날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법정에서 피해자다움과 정조를 말할 때 결과는 이미 예견됐을지도 모른다”면서 “굳건히 살아서 안희정의 범죄 행위를 증명하고, 권력형 성폭력이 법에 따라 정당하게 심판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를 기소한 서울서부지검은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나 무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항소 의사를 밝혔다. 검찰은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했고 피고인의 요구에 거부 의사를 표시하였을 뿐 아니라 피해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호소했다. 여러 인적, 물적 증거에 의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됨에도 법원은 달리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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