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음 방지시설도 부족
- 연제구·시공사 ‘나 몰라라’

“아침부터 쿵쾅거리고 먼지가 날아들어 살 수가 없습니다.”

13일 막바지 철거작업 중인 부산 연제구 연산3구역 재개발 현장.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13일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서 만난 김남규(63) 씨는 집 부근 공사현장의 소음과 분진으로 고통받는다고 증언했다. 김 씨가 지목한 공사현장은 연산3구역 재개발사업 현장. 총면적 9377㎡ 1651세대의 현대 힐스테이트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는 철거작업이 마무리 단계지만 허술한 비산먼지 대책과 오전 오후 가리지 않는 소음으로 폭염에 지친 주민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무더위에도 맘 놓고 창문을 열지 못하는 주민은 무더위가 마무리될 때까지라도 철거를 일시 중단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천식을 앓고 있는 김 씨는 “에어컨 바람을 오래 쐬기 힘들다. 창문을 열어 바람을 쐬고 싶지만 매일 날아드는 먼지 탓에 꼼짝없이 방 안에 갇힌 꼴”이라고 말했다.

철거 현장의 여파는 어린아이에게도 치명적이다. 연산 3구역 현장에서 불과 80ｍ 떨어진 곳에 사는 정광렬(30) 씨는 아이들 걱정이 크다. 정 씨는 “철거 공사가 시작된 뒤부터 초등학생인 첫째와 9개월 된 둘째 아들이 낮잠을 자다 깨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향후 아파트 건축을 위한 공사는 더 괴로울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김 씨와 정 씨처럼 철거작업으로 고통받는 주민이 200여 가구에 이르지만 담당 지자체나 철거업체는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씨와 주민은 철거작업으로 인한 고통을 연제구에 알렸지만 뻔한 대답만 돌아왔다.

연제구 환경위생과는 소음 방지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부분에 관해 과태료 처분을 내렸으며 공사장 소음은 법적 기준을 지켰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구가 측정한 소음의 평균은 54~58㏈로 소음진동관리법에서 정한 생활소음 규제기준 이내였다. 법에서는 주거지역에서 주간에 65㏈을 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은 진짜 굉음이 들려올 때가 지나 소음이 잦아들었을 때 소음을 측정했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주민은 구가 철거업체와의 피해보상 합의를 위한 중재자로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구는 민사소송 또는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신청을 거치는 방법만 권고하고 있다. 철거업체 측은 공사 초기부터 줄곧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봉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