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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완의 통일 내비게이션…지금 북한은 <7> 북한 담배 이야기

탈북·장사·약 처방 … ‘담배 뇌물’만 있으면 만사 OK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8-05 18:55:22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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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록강 건널 땐 국경수비대에
- 편한 일 배치받고자 작업 간부에
- 교통법 위반단속 피하려 경찰에
- 웃돈 성격의 담배 ‘고이기’ 필수

- 생산·유통되는 종류만 100여 개
- 고급담배 1보루에 쌀 10㎏ 달해
- 기호품이 생필품이 돼버린 북한
- 사회 깊숙이 부정부패 뿌리내려

“담배 한 갑이라도 고여야지, 아니면 한 발짝도 못 움직입니다.”
   
북한에서는 어떤 일이든 반드시 뇌물을 바쳐야 하는데 이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게 담배다. 사진은 현재 북한에서 생산·유통되는 100여 종의 담배 중 일부.
탈북민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북한에서는 어떤 일이든 반드시 뇌물을 바쳐야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북한말로 ‘고인다’는 표현은 뇌물을 건넨다는 뜻이다. 뇌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건 바로 담배다. “담배 두 막대기 고이고 압록강을 건넜어요”라는 말은 ‘담배 두 보루를 국경경비대에 바치고 탈북했다’는 의미다. 담배는 북한 주민들에게 생명이 달려 있을 만큼 유용하다. 건강에 해로운 담배가 오히려 생명을 살리는 물품이 된다는 게 역설적이다.

주민뿐만 아니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담배를 정치적으로 활용한다.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간부들 앞에서 담배 피우는 모습이 노동신문 1면에 공개되기도 했다. 나이 어린 지도자에 대한 권위를 높이기 위한 이미지 정치다. 북한주민들은 일처리를 위해, 간부들은 부를 쌓는 용도로 담배를 활용한다. 담배 없이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사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북한주민들은 어떤 경우에 담배를 뇌물로 바칠까? 기호품이 아닌 생활필수품이 돼버린 뇌물주기 현상을 통해 북한사회를 들여다본다.


   
애연가로 알려진 김정은. 연합뉴스
예전에는 일명 ‘고양이 담배’로 불리던 ‘크레이븐 A’ 담배가 뇌물로 많이 사용됐다.  담배 포장지에 고양이 그림이 있어 고양이 담배로 불렸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 탈북한 사람들은 대부분 고양이담배 때문에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고향’ ‘묘향’ ‘여명’ 등 필터(북한말로 ‘빨주리’) 기술이 들어간 고급담배가 뇌물로 사용된다. 주로 간부들이 피운다는 고급담배는 가격도 비싸고 포장이나 디자인이 일반 담배와는 다르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산품 애용을 강조하며 직접 피웠다는 ‘7.27 담배는 한 갑에 한화로 약 1만 원에 거래된다. 돈을 줘도 쉽게 구매할 수 없을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1953년 7월 27일은 휴전협정일이다. 북한에서는 이 날을 전승절로 기념하며 매년 큰 행사를 치른다. 김정은 시대 들어서 전승절 60주년을 기념하며 만든 담배가 바로 ‘7.27’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애용한다는 7.27 담배. 한 갑당 우리 돈 1만 원에 거래된다.
현재 북한에서 생산, 유통되는 담배 종류는 100여 종에 이른다. 하나의 브랜드에 여러 상품이 생산된다는 점도 특이하다. 예를 들어 ‘대동강’이라는 담배는 타르와 니코틴 함량에 따라 디자인과 가격이 다르다. 타르 8㎎은 노란색, 12㎎은 흰색 디자인으로 포장하는 형태다. 한국산 담배와 달리 가방형태나 6개들이 박스로 제작한 선물용 포장까지 있다.

북한에서는 증명서(문건)를 발급받을 때 반드시 뇌물이 필요하다. 다른 지방으로 이동하는 ‘통행증’이나 중국에 있는 친척을 방문할 때도 증명서는 필수다. 누구나 갈 수 없는 사사여행이라 뇌물 수수는 빈번하다. 보위부 간부들에게 ‘신청비’로 웃돈과 함께 담배를 줘야 한다. “문건 하나 만들려 해도 담배 정도는 바쳐야 해요. 어딜 갈 때 담배라도 고여야 증명서를 빨리 내줘요”라고 한 탈북민은 말했다. 사사여행자들은 중국 방문 후 북한에 돌아가면 반드시 보위부원에게 인사치레를 해야 한다. 웃돈에 담배까지 얹어 증명서를 발급받았는데, 귀국하면 또 찾아와서 뇌물을 요구하는 것이다. “안 주면 안됩니다. 못 살아요”라며 딱 잘라 말했다. 

병원에서 약을 살 때도 뇌물 없이는 약을 구하지 못한다. 무상치료를 강조하며 사회주의 낙원이라 선전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약 하나 조차 담배 없이는 구경도 못한다고 한다. “병원에서 약을 주긴 줘요. 간부들에게는 거져준단 말이에요. 우리같은 평백성은 약은 야매로 사요. 그것도 담배라도 고여야지.”

북한에서 직업은 개인의 자율적 선택이 아닌 국가에서 배치를 한다. 좋은 직장을 배치받기 위해서 뇌물을 건넨다. 직장에 배치된 다음에는 더 쉬운 일을 위해 작업반장에게 또 뇌물로 담배를 바친다. 한 탈북민은 북한에 있을 때 공장기업소 운전수로 일했다. 그가 작업반장을 몰래 찾아가 담배를 바친 건 장거리 운행을 빼달라는 청탁 때문이었다. “장거리 가면 너무 힘드니까, 담배 한 막대기 바치고 헐한(쉬운) 일 좀 달라고 했어요. 교통 단속 걸리면 벌금이 센데 장거리 가면 꼭 걸려요.”

북한에도 우리와 똑같이 교통 법규를 위반하면 보안원(경찰)이 단속한다. 단속에 적발되면 범칙금도 물고 운행에도 제약이 있어 운전수들은 항상 조심한다고 한다. “보안원에게 담배 많이 바쳤어요. 우리는 규율이 너무 세니까 교통단속 같은거 조금만 잘못하면 벌금내서 힘드니까. 담배 좀 주면 내 자동차는 봐도 못 본 척 돌아서요.” 

북한에서 장마당(시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상행위는 대부분 불법이기 때문에 당연히 뇌물을 건넬 수밖에 없다. 장사를 위한 목적으로도 뇌물을 건네지만 이른바 비사회주의라는 불법제품을 사고팔다 적발됐을 때도 뇌물을 주는 행위가 만연하다. 장사를 위해 북한 내 지역 간 이동 시 초소를 지날 때도 담배가 활용된다. “조선에서는 뇌물 없이 못살아요. 무슨 일을 하건 뇌물 줘야죠. 장사할 때도 잡는단 말이에요. 담배 좀 주면 눈감아 주고 그래요.” 

담배에 얽힌 탈북민들의 증언을 들으며 북한담배 가격은 얼마일까 궁금해졌다. 물론 종류마다 다양하지만 고급담배는 한 갑이면 쌀 1㎏을 살 수 있다. ‘금강산’이라는 담배는 북한돈으로 4000원인데 당시 쌀 1㎏이 3000원 정도 할 때다. 담배 한 막대기가 쌀 10㎏과 맞먹는 가격이니 일반 노동자는 담배 한 갑 사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이처럼 뇌물이 북한사회 곳곳에 만연함을 알 수 있다. 북한에서 뇌물을 통한 부정부패 현상은 계속 늘고 있다. 계층에 상관없이 조직 하층에서부터 간부들에 이르기까지 먹이사슬 구조다. 이러한 부정부패 현상이 북한 사회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부산하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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