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 하나에 의지 추락 위험 견뎌
- 땡볕·지열·실외기 열기와 전쟁
- 여름되면 하루 민원 1000여건
- “휴식 시간은 먼나라 이야기 …
- 안전위해 대체인력 늘렸으면”
3일 오전 9시 국제신문 취재진은 삼성전자서비스 소속 에어컨 수리기사에게 장비를 건네주는 보조 역할을 맡기로 하고 부산의 한 아파트 7층으로 에어컨 수리를 하러 갔다. 수리해야 할 에어컨 실외기는 아파트 외벽에 설치돼 있었다. 이날 기온은 34도가량인데 위아래층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서 뿜어내는 열기로 한층 더 숨이 막혔다. 에어컨 수리기사에게 여름은 숨 막히는 계절이다. A 씨가 속한 센터는 하루에 민원 300건을 처리하지만 접수되는 민원은 1000여 건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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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본지 김해정 기자가 부산의 한 아파트 7층에서 에어컨 수리기사와 함께 고장난 에어컨을 고치고 있다. 전민철 기자 |
본격적인 수리에 나선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안전줄 착용이다. 화재 피난 기구인 완강기에 안전줄을 설치한다. 베란다 난간에 매달아 아파트 외벽에 설치된 실외기를 수리하려면 난간 밖으로 몸을 절반 정도 내밀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조요원인 기자도 안전띠를 착용했다. 난간 밖으로 나가는 몸의 비율이 절반을 넘으면 보조요원이 착용한 안전띠에 안전줄을 매달기도 한다. 보조요원의 안전띠가 수리기사의 마지막 안전장치가 되는 것이다. 실제 매년 에어컨 수리기사 중 3, 4명이 추락사한다고 하니 귀찮아도 꼭 지켜야 할 수칙이다.
여름철 추락사 우려는 더욱 크다. 난간 밖으로 몸을 빼내 작업을 하다 보면 순간적으로 더위로 인해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추락사한 에어컨 수리기사도 여름에 사고가 났다. A 씨가 골반을 베란다 난간에 걸친 상황에서 기자도 몸을 기대자 난간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난간은 20~30㎏의 실외기 무게까지 견디고 있었다. 에어컨 실외기 뚜껑을 잠시 받치기 위해 난간에 몸을 기대자 순간 몸이 앞으로 쏠렸다.
수리를 시작한 지 20분 만에 기자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내리쬐는 따가운 햇볕과 실외기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열기로 금방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실외기에서 나오는 열을 적외선 온도기로 측정하자 49도가 찍힌다. 그래도 이날은 그나마 나은 편이란다. 실외기가 옥상에 있을 때면 섭씨 50~60도에 달하는 지열까지 견뎌야 한다. A 씨는 “무더운 여름을 견디기 위한 도구라고는 쿨토시 하나밖에 없다. 너무 더울 때는 보조요원이 양산을 씌워주는 호사를 누린다”고 말하며 웃었다.
에어컨 수리기사에게 폭염 대책은 먼 나라 이야기다. 재난급 폭염에 외부 노동자를 위해 휴식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에어컨 수리기사는 제외다. 되레 평소보다 업무시간은 2시간가량 늘어 오후 8시가 돼야 퇴근할 수 있다. 심지어 점심도 제때 못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동시간에 짬을 내 쉬어야 하지만 이마저도 운전한다고 제대로 쉬지는 못한다.
A 씨는 “폭염 대책은 기대도 안 한다. 수리 독촉만이라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평소에는 접수 하루 만에 수리가 완료되지만 여름에는 15일이나 걸린다. 그러다 보니 각 센터에는 수리 독촉이 빈번하다. A 씨는 “독촉을 받다보면 결국 수리기사가 안전을 등한시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과 같은 폭염 속에서는 체력 고갈을 야기한다. 대체 인력을 늘려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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