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이어진 폭염으로 낮 최고기온, 폭염일수 등 관련 기록이 속속 새로 쓰이고 있다. 기록적인 불볕더위로 사망자를 포함한 온열질환자 수 역시 지난해는 물론 역대 최고치를 이미 넘어섰다. 그러나 문제는 올해가 아니다. 전 세계 대다수의 과학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지 못할 경우 이르면 2030년 40도가 넘는 폭염이 50일가량 지속되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30도가 넘는 초열대야도 발생하며 이로 인한 사망자도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2일 온라인 과학전문지 ‘공공과학도서관-의학’에 게재된 연구보고서를 보면 기후온난화가 지속되면서 폭염은 더욱 빈번하고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연구팀은 온실가스 배출, 대응전략, 인구밀도 수준에 따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20개국의 2031~2080년 폭염 관련 사망자 수를 추산했다. 그 결과 이 기간의 폭염 사망자 수는 60년 전(1970~2020년)보다 최대 12배나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의 경우 12배, 호주와 미국은 같은 기간 사망자 수가 각각 5배, 영국은 4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이 같은 예측은 현실화되고 있다. 강원 홍천은 지난 1일 낮 최고기온이 41.0도까지 올라, 국내 111년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상청의 올해 7월 기상 분석자료를 보면 부산 울산 경남지역의 폭염일수는 17.9일로 평년(1971~2010년) 5.1일, 열대야일수는 7.6일로 평년 2.3일보다 각각 3배 이상 늘어났다. 1973년 기상 관측이 이뤄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평균 최고기온은 32도로, 역대 최고치 34도(1994년), 일조시간 역시 274.2시간으로 역대 293.8시간(1994년)에 이어 각각 2위를 경신했다. 지난달 26일에는 부산 일 최저기온이 27.8도까지 치솟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폭염 대응은 ‘걸음마’ 수준이다. 올해가 돼서야 정부와 지자체는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인식하고 대응체계를 갖추겠다고 발표했다. 환경부가 최근 발표한 전국 지자체별 ‘폭염 취약성 지수’는 지역의 폭염 대응 수준을 보여준다. 총인구수 대상 폭염 취약성 지수를 보면 경남 김해(0.54)와 부산 해운대구(0.50)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평균온도가 높은 반면 인구당 소방서 인력 등 대응 능력은 낮아 폭염 취약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서 가장 높은 지역은 전북 전주시 완산구(0.61)였다.
65세 이상 인구 대상 폭염 취약성 지수는 부산시 내 기초지자체 대부분이 0.4대로, 광주시와 함께 7개 광역지자체 중 높은 순위를 보였다. 5세 미만 영·유아 인구 대상 폭염취약성 지수는 부산 기장군과 강서구(0.57), 경남 거제(0.55)·울산 북구(0.53) 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부산대 하경자(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지금이라도 이 같은 폭염이 현실화됐음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폭염에 적응하기 위한 기후대응사회의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