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 없는 날’ 찾아 예약 몰려
- 물건 안전히 옮기는데 진땀
- 작업 1시간만에 허리 쑤셔
- 정수리 온도 재보니 60도
1일 오전 9시 부산 동구 범일동의 한 주택. 집 안에는 포장을 기다리는 이삿짐이 한가득 쌓여 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날씨에 뙤약볕은 연신 피부를 찔러댔다. 이 시각 동구 범일동의 기온은 섭씨 34도를 기록했다. 눈앞에 산적한 짐 더미 때문인지, 무더운 기후 탓인지 숨이 턱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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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전 본지 신심범(오른쪽) 기자가 부산 동구 한 주택가에서 이삿짐 센터 직원들과 함께 이삿짐을 옮기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국제신문 취재진은 이날 이삿짐 업체인 ‘영도구 오륙도 익스프레스’ 소속 직원 3명과 함께 2시간가량 이삿짐을 날랐다. 이른바 ‘손 없는 날’로, 이사가 몰렸다. 직원들은 무거운 세간을 들어 옮기는 육탄전에 뜨거운 태양열까지 버텨내는 이중고를 치러야 한다. 지난달 23일 부산에서는 이삿짐을 나른 뒤 휴식 취하던 한 업체 직원(42)이 열사병으로 숨지기도 했다.
먼저 미리 준비해 온 바구니와 이사용 포장박스에 빈틈없이 물품을 담고, 직접 들어 올리거나 끌차를 이용해 이사 차량 앞으로 옮긴다. 끌차를 사용할 때는 울퉁불퉁한 지면으로 인해 물건이 쏟아지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 물건을 차량까지 옮긴 뒤에는 철제 경사로를 이용해 이삿짐 차량 내부로 짐을 들어 올린다. 밀어 올린 짐은 차곡차곡 잘 쌓아 넣어야 한다. 짐이 제대로 적재되지 못하면 차량이 움직이다 물건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삿짐 몇 바구니를 옮겨 싣는 15분 만에 기자의 얼굴은 벌겋게 익었다.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아내도 또다시 땀이 솟아났다. 기자의 정수리에서 나오는 열을 측정한 적외선 온도기의 계기판에는 50도가 찍혀 있었다. 박스를 나른 지 1시간 정도가 지나자 허리가 쑤셨다. 이삿짐을 들던 손은 떨리기 시작했다. “요령 없이 힘으로만 짐을 날라서 몸이 빨리 지친 것”이라고 말한 이삿짐센터 직원 양종임(60) 씨의 얼굴 또한 땀범벅이었다. 기자의 정수리 온도는 60도까지 치솟았다.
몽골에서 온 이 업체 직원 투글두르(가명·46) 씨는 “오늘은 그나마 복층 주택이라 일이 쉬운 편”이라며 “5층 정도 되는 주택에서 작업 하는 날이면 팔다리 허리 어깨 등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 여름의 무더위가 낯설다는 그는 “몽골의 여름은 한국에 비해 기온이 낮을뿐더러 비도 자주 온다. 한국처럼 습도와 온도 모두 높은 곳에서 작업을 하니 무척 힘들다”고 설명했다.
모든 짐을 차량에 싣고 난 뒤에도 직원들은 숨 돌릴 틈 없이 짐을 내려 둘 새집으로 차를 몰았다. 주민의 출입이 잦은 시각을 피해 서둘러 짐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불과 몇 분 전까지 짐을 나르며 땀 흘린 이들의 몸에서 나는 열기가 차 안을 가득 메웠다.
양 소장은 “날씨가 덥고 몸이 지쳐도 쉴 수 없다. 정해진 시간 안에 이사를 완료하는 것이 계약이자 약속이기 때문”이라며 “살인적인 날씨에도 기분 좋은 새집살이를 위해 애쓰는 이삿짐센터 직원들을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