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복원 권한 가진 문화재청
- 방수포 덮어만 놓고 손 놓아
- 태풍·호우 땐 추가훼손 가능성
1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산동 연산터널 부근. 도로에서 이어진 길을 따라 30m가량 구릉을 오르면 ‘연산동 고분군’을 만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인 ‘가야사 복원’의 주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유적지다. 현재까지 확인된 삼국시대 유적 중 영남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다. 구릉의 능선을 따라 18기의 봉분이 자리 잡고 있고 경사지에 있는 고분은 수천 기에 달한다. 이토록 중요한 고분군이 지난달 4일 불어닥친 태풍 쁘라삐룬의 여파로 훼손됐다. 10호기 고분은 가로 3m 세로 2.2m 깊이 3m 규모로 봉분이 패였으며 현재는 파란색 방수포로 현장을 덮은 뒤 울타리로 접근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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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쁘라삐룬에 훼손된 채 한달 째 방치되고 있는 부산 연산동 고분군의 10호 고분. 서순용 선임기자 |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가량 흘렀지만 사고 이튿날 설치한 방수포 이외에는 눈에 띄는 조처는 없었다. 폭염이 끝난 뒤 태풍이 몰려오거나 호우가 내릴 경우 추가 훼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제구는 문화재청에 긴급보수사업을 위해 국비 1억 원을 요청했다. 구가 연산동 고분군의 관리단체이지만 훼손된 고분을 복원할 예산은 물론 관련 지침도 없었다. 지난해 6월 30일 연산동 고분군이 사적 539호로 지정되면서 보수·복원에 관한 권한을 문화재청에서 가지고 있는 탓이다. 연제구 문화관광과는 전문가에 의뢰해 복원을 위한 사업비의 예비 견적을 받아 문화재청에 국비를 요청한 것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연산동 고분군은 5세기 전후 부산과 영남 고대사 연구에 상당히 중요한 유적이다. 부산대 김두철(고고학과) 교수는 “연산동 고분군에서 발견된 마구, 갑주 등은 신라의 것과 달리 가야의 형태이며 부산지역에 큰 고분이 있다는 것 자체가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한 수장이 존재한다는 뜻”이라며 “현재 고분은 복원된 것으로 안정화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심각성을 빨리 깨닫고 정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연제구가 긴급복구를 위한 국비 요청을 마쳤지만 2주가 더 지난 현재까지 문화재청의 결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를 가까이에서 관리하는 지자체와 복원을 관할하는 기관이 다른 탓에 주요한 사적지인데도 한 달 가까이 피해 회복에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
문화재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연산동 고분군 피해가 발생한 다음 날 전문가와 현장 조사를 마쳤으며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수포 조치를 마쳤다”며 “연산동 고분군의 경우 사적으로 지정된 시점이 늦어 별도 보수 정비 예산이 편성돼 있지 않았다. 심사를 거쳐 보수정비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