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철 전국 각지서 사람 몰려
- 밀려드는 차량과 활보하는 행인
- 배달에 목맨 오토바이까지 혼잡
- 위반 운전자와 실랑이로 더 열나
- “햇빛 가릴 모자라도 빨리 주길”
여름 휴가 인파가 절정으로 치닫는 31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입구 교차로에선 오전부터 아스팔트가 절절 끓었다. 시간당 수천 대의 차량과 오토바이가 매캐한 연기를 뿜어내는 교차로의 풍경은, 불과 30m 거리에 있는 전국 대표 해수욕장 해변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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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오전 해운대해수욕장 입구 교차로에서 국제신문 김민주(왼쪽) 기자가 해운대경찰서 소속 경찰관의 도움을 받아 교통 안전 지도와 법규 위반 단속 체험을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국제신문 취재진은 오전 10시부터 이곳에서 해운대 경찰서 교통안전계 소속 경찰관들과 함께 교통 안내, 단속 등 거리의 안전 업무 보조 활동에 나섰다. 이 시각 해운대의 기온은 이미 32도였다. 적외선 온도계로 측정한 결과 아스팔트 바닥의 온도는 53도를 가리켰다.
이 시기 해운대해수욕장엔 하루에만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린다. 휴가 기분에 들뜬 이들이 취한 채 운전대를 잡거나, 해변으로부터 걸려온 주문 전화에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인도 위를 누비는 시기다. 이런 조건에 폭염까지 가세하면 교통경찰관들의 고충은 깊어진다.
건널목에서 행인이 길을 안전하게 건너도록 돕는 것은 교통경찰의 기본 업무다. 신호가 바뀌는데 건너편으로 내달리려는 행인을 막거나, 직접 건널목 위로 나가 행인이 길을 건널 때까지 차를 막아선다. 이 기초적인 작업을 몇 번 반복했을 뿐인데도 20여분 만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 제복은 더위 앞에선 오히려 족쇄가 됐다. 그늘 아래서 휴식을 취할 수도 없는 데다, 반팔 상의를 입는 것 이외엔 복장 통일을 위해 목에 수건을 두르는 것도 삼가기 때문이다. 여름철엔 삼베 재질로 된 흰색 페도라가 보급되지만 금세 해진다. 신청하면 다음 보급 때까지 길게는 8개월가량 걸린다.
오전 11시를 기해 부산에 폭염 경보가 내려지면서 운전자들의 성화도 덩달아 높아졌다. 기온은 33도, 아스팔트 온도는 58도다. “그러니까 좀, 바쁘다고요. 배달만 해주고 경찰서 갈 테니 일단 보내달라고요.” 헬멧을 쓰지 않은 채 오토바이를 몰다 김현철(41) 경위에게 적발된 50대 남성도 고래고래 역정을 냈다. 한 번만 봐달라는 사정이 먹히지 않자 배달 후 제발로 경찰서를 찾아가겠다며 떼를 썼다. 교통경찰은 헬멧 미착용이나 보도 위로 운행하는 오토바이를 발견하면 빠르게 접근해 오토바이의 시동을 끈다. 멀리서 소리쳐봐야 내빼기 일쑤여서다. 이 남성은 도주를 막으려고 오토바이 앞에 서 있던 기자에게도 언성을 높이며 거칠게 인도 쪽으로 오토바이를 몰려다가 경찰에 제지당했다.
“왜 나만 잡느냐”는 역정도 단골 레퍼토리다. 안전띠를 매지 않아 적발된 40대 운전자 또한 삿대질하며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운전중 통화를 하다 붙잡힌 30대 여성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우겨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럴 때면 교통경찰도 얼굴이 달아오른다. 김 경위의 머리 온도도 근무한 지 한 시간 만에 3.4도나 올랐다. 이날 2시간 동안 오토바이 8대, 차량 3대가 적발됐다.
지난해 부산시 차량교통량 조사 결과 해운대 해변로 일대를 지나는 차량은 하루(16시간) 7만1135대로 집계됐다. 시간당 4446대다.
김 경위는 “여력이 닿는 한 집중 단속 등을 통해 최대한 안전한 소통을 도모하고 있다. 부산 대표 관광지의 품위를 지키는 일에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튼튼한 페도라가 더 자주 보급되면 좋겠다”며 웃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