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료 폭탄에 에어컨 가동 두려워”
- 비용구조 형평성 논란 또다시 불거져
- 정부 “차등요금제 다각적 도입 검토”

정부가 주택용 전기요금과 관련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누진제 폐지를 외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산업부에서 열린 하계전력수급 대책회의에서 백운규(가운데) 장관이 김동섭(왼쪽) 한국전력 부사장과 조영탁 전력거래소 이사장 부근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정부는 일반용 산업용 교육용 전기에만 적용되던 계절별·시간대별 차등요금제를 주택용 전기에도 도입하는 방안 등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누진제 폐지가 답’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누진제를 폐지하라는 청원 글이 100건 이상 올라와 있으며 지난 16일 올라온 ‘누진제 폐지’ 글 하나에 4만7000건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다.

실제로 주택용 전기는 산업용 등에 비해 비싼 편이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 요금을 합쳐서 부과된다. 여기에 부가세와 전기산업기반기금이 붙는다. 주택용 저압 전기요금의 기본료는 ▷누진 1단계(200Kwh 이하) 910원 ▷누진 2단계(200~400Kwh) 1600원 ▷누진 3단계(400Kwh 초과) 7300원이다. 반면 흔히 상업용이라 불리는 일반용 전기(갑Ⅰ저압)의 기본료는 6160원으로 전력소모와 관계없이 고정이다. 산업용 전기(갑Ⅰ저압) 역시 5550원으로 불변이다. 전력량요금 또한 주택용 전기가 더 비싸다. 주택용 전기 누진 1단계에서는 Kwh당 93.3원의 비용이 부과된다. 2단계로 넘어가면 187.9원으로 2배가량 상승하며, 3단계부터는 280.6원으로 3배 가까이 뛰어오른다. 그러나 일반용 전기는 시계별 차등요금이 적용되는 7월 기준 105.7원, 산업용 전기는 81원으로 계산된다.

이 때문에 주택용 전기는 쓰면 쓸수록 단가가 비싸진다. 한 가정에서 여름철에 소비전력 1.8㎾의 에어컨을 3시간 틀 때 소모되는 전기는 한 달에162Kwh다. 6시간을 가동하면 324Kwh, 9시간이면 432Kwh가 사용된다. 오로지 에어컨 가동에만 전력을 사용했다고 가정할 때, 주택용 전기에 붙는 요금은 각각 1만3660원, 4만9520원, 8만2450원이다. Kwh당 단가는 84.32원, 152.83원, 190.85원으로 점차 비싸진다. 반면 일반용 전기는 4만7470원(293.02원), 6만6940원(206.6원), 7만9930원(185.02원)이다. 산업용 전기는 4만150원(247.83원), 5만5070원(169.96원), 6만5020원(150.5원)으로 계산된다. 즉 일반용과 산업용은 쓰면 쓸수록 단가가 낮아진다. 주택용 전기에 누진제를 도입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보면 일본의 누진 최저-최고구간 간 가격 차는 1.7배, 미국은 2배로 한국(약 3배)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올해는 에어컨 사용량이 증가해 서민들의 전기요금 부담 또한 크게 오를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지난해 8월 부산의 한전 고객호수당 주택용 전기 소모량은 504.86Kwh로, 약 6만3500원의 전기요금이 부과됐다. 만약 올해 에어컨 가동률이 지난해보다 3시간 늘어 162Kwh가 더 소모됐다고 가정한다면 부산 시민들이 내야 할 요금은 약 15만 원에 달한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이번을 계기로 지금과 같은 전기요금 구조가 형성된 과정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 이를 통해 누진제 폐지를 포함한 합리적인 비용부담구조를 만들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