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뇨치우며 열기·악취에 이중고
- 뙤약볕 아래 2시간 이상 훈련
- 장구점검까지 끝내면 기진맥진
- 예민한 말 통제안될까 항상 긴장
- “날씨 덥다고 훈련빠질 수 없어”
9.9㎡(약 3평) 규모의 마방(마구간) 문을 열자 간밤에 말이 배설한 분뇨 냄새가 코를 찔렀다. 건초 더미 속에서 암모니아가 올라와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마필관리사들은 노련하게 분뇨를 치우고 다음 마구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사 천장에는 두 대의 대형 선풍기가 연신 돌았지만 폭염과 암모니아가 뒤섞인 공간을 식혀주진 못했다. 한증막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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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부산 강서구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경마공원의 마필관리사가 폭염 속에서 훈련을 마친 경주마를 마사 내 샤워시설로 데려가고 있다. 왼쪽 상의를 탈의한 사람은 경주마를 훈련시킨 뒤 휴식을 취하고 있는 마필관리사.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
국제신문 취재진은 30일 오전 6시부터 부산 강서구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경마공원의 마필관리사들과 2시간 넘게 말 돌보는 일을 도왔다. 예민한 말을 다루려면 최소 3년 정도 전문적인 수련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취재진은 마구간에서 분뇨를 치우는 등 허드렛일을 도왔다. 허드렛일이라고 쉬운 것은 아니다. 요즘처럼 폭염이 이어지는 날은 더욱 그렇다. 마구간에서 허리를 숙이는 것만으로도 등에 땀이 흘렀다. 자칫 말이 흥분해 공격해오지 않을까 긴장한 탓에 더욱 힘들었다. 그렇게 1시간 동안 구사작업(마구간 청소)을 마치고 나니 입고 온 옷은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었다.
한 마필관리사는 “오늘은 새벽에 비가 내려 시원한 편이라 운 좋은 날 왔다”며 “평소엔 마구간 안이나 밖이나 큰 차이가 없다. 더위와 악취 이중고와 싸우다 보면 정신이 혼미해진다”고 말했다. 지난 20일에는 마필관리사 한 명이 경마 경주를 앞두고 야외에서 말을 몰고 가다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쓰러진 일도 있었다. 병원 치료 결과 열사병으로 나타났다.
가장 힘든 일은 야외에서 폭염을 견디며 말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이날도 마필관리사들은 구사작업을 끝낸 말을 몰고 30도가 넘는 뙤약볕에서 2시간 넘게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은 보통 속보(조금 빠른 걸음)로 트랙 한 바퀴(2000m)를 두 번 돌고 구보(달리기)로 한 바퀴 반을 돈다. 한 마리의 말만 끝내면 다행이지만 많을 땐 10마리까지 해야 할 때도 있다.
드넓은 야외에서 햇볕을 피할 재간은 없다. 혹시나 있을 사고에 대비해 보호 조끼와 보호모까지 착용하고 훈련에 임해야 한다. 땀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기 힘들다 보니 10분만 훈련해도 숨이 턱턱 막힌다. 훈련을 마치고 온 마필관리사 박종승(38) 씨는 마구간 건물에 들어오자마자 옷을 벗어 던졌다. 옷을 짜보니 땀이 물처럼 줄줄 흘러내렸다.
말도 거친 숨을 내쉬었다. 바로 옆에 서 있기만 해도 열기가 전해졌다. 기자가 적외선 온도계로 말 피부 온도를 재자 39.7도까지 올라갔다. 선풍기 앞에서 땀을 식히던 박 씨의 피부 온도도 35도를 넘었다. 박 씨는 “더우면 말이 예민해져 통제가 안 될 때가 있다. 겨우 진정시켜 한 마리 훈련하면 바로 다음 말을 이어서 해야 해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많다”며 “빨리 제대로 훈련시키고 쉬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더위를 버틴다”고 말했다.
말 훈련이 끝나면 말을 씻기고 보호장구를 정리한다. 시원한 물을 틀고 하는 작업이지만 마필관리사 김태욱(25) 씨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지친 말들은 마구간 안에 쓰러져 일어날 줄을 몰랐다.
이날은 오전 훈련만 있는 날이라 그나마 나았다. 평상시에는 오후 3시까지 말을 수영시키고 진료하고 장구 점검까지 해 더욱 가열차게 폭염과 맞서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노조 고광용 부지부장은 “마필관리사는 말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주에 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날이 덥다고 훈련을 게을리할 수 없다”며 “폭염에 힘들게 일하는 마필관리사들이 지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