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폭염 현장 체험르포 <2> 부산경남경마공원 마필관리사

한증막같은 마방(마구간)… 암모니아 냄새에 어질

  •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  |   입력 : 2018-07-30 20:10:59
  •  |   본지 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분뇨치우며 열기·악취에 이중고
- 뙤약볕 아래 2시간 이상 훈련
- 장구점검까지 끝내면 기진맥진
- 예민한 말 통제안될까 항상 긴장
- “날씨 덥다고 훈련빠질 수 없어”

9.9㎡(약 3평) 규모의 마방(마구간) 문을 열자 간밤에 말이 배설한 분뇨 냄새가 코를 찔렀다. 건초 더미 속에서 암모니아가 올라와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마필관리사들은 노련하게 분뇨를 치우고 다음 마구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사 천장에는 두 대의 대형 선풍기가 연신 돌았지만 폭염과 암모니아가 뒤섞인 공간을 식혀주진 못했다. 한증막이나 다름없었다.

   
30일 부산 강서구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경마공원의 마필관리사가 폭염 속에서 훈련을 마친 경주마를 마사 내 샤워시설로 데려가고 있다. 왼쪽 상의를 탈의한 사람은 경주마를 훈련시킨 뒤 휴식을 취하고 있는 마필관리사.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국제신문 취재진은 30일 오전 6시부터 부산 강서구 렛츠런파크 부산경남경마공원의 마필관리사들과 2시간 넘게 말 돌보는 일을 도왔다. 예민한 말을 다루려면 최소 3년 정도 전문적인 수련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취재진은 마구간에서 분뇨를 치우는 등 허드렛일을 도왔다. 허드렛일이라고 쉬운 것은 아니다. 요즘처럼 폭염이 이어지는 날은 더욱 그렇다. 마구간에서 허리를 숙이는 것만으로도 등에 땀이 흘렀다. 자칫 말이 흥분해 공격해오지 않을까 긴장한 탓에 더욱 힘들었다. 그렇게 1시간 동안 구사작업(마구간 청소)을 마치고 나니 입고 온 옷은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었다.

한 마필관리사는 “오늘은 새벽에 비가 내려 시원한 편이라 운 좋은 날 왔다”며 “평소엔 마구간 안이나 밖이나 큰 차이가 없다. 더위와 악취 이중고와 싸우다 보면 정신이 혼미해진다”고 말했다. 지난 20일에는 마필관리사 한 명이 경마 경주를 앞두고 야외에서 말을 몰고 가다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쓰러진 일도 있었다. 병원 치료 결과 열사병으로 나타났다.

가장 힘든 일은 야외에서 폭염을 견디며 말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이날도 마필관리사들은 구사작업을 끝낸 말을 몰고 30도가 넘는 뙤약볕에서 2시간 넘게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은 보통 속보(조금 빠른 걸음)로 트랙 한 바퀴(2000m)를 두 번 돌고 구보(달리기)로 한 바퀴 반을 돈다. 한 마리의 말만 끝내면 다행이지만 많을 땐 10마리까지 해야 할 때도 있다.

드넓은 야외에서 햇볕을 피할 재간은 없다. 혹시나 있을 사고에 대비해 보호 조끼와 보호모까지 착용하고 훈련에 임해야 한다. 땀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기 힘들다 보니 10분만 훈련해도 숨이 턱턱 막힌다. 훈련을 마치고 온 마필관리사 박종승(38) 씨는 마구간 건물에 들어오자마자 옷을 벗어 던졌다. 옷을 짜보니 땀이 물처럼 줄줄 흘러내렸다.

말도 거친 숨을 내쉬었다. 바로 옆에 서 있기만 해도 열기가 전해졌다. 기자가 적외선 온도계로 말 피부 온도를 재자 39.7도까지 올라갔다. 선풍기 앞에서 땀을 식히던 박 씨의 피부 온도도 35도를 넘었다. 박 씨는 “더우면 말이 예민해져 통제가 안 될 때가 있다. 겨우 진정시켜 한 마리 훈련하면 바로 다음 말을 이어서 해야 해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많다”며 “빨리 제대로 훈련시키고 쉬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더위를 버틴다”고 말했다.

말 훈련이 끝나면 말을 씻기고 보호장구를 정리한다. 시원한 물을 틀고 하는 작업이지만 마필관리사 김태욱(25) 씨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지친 말들은 마구간 안에 쓰러져 일어날 줄을 몰랐다.

이날은 오전 훈련만 있는 날이라 그나마 나았다. 평상시에는 오후 3시까지 말을 수영시키고 진료하고 장구 점검까지 해 더욱 가열차게 폭염과 맞서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노조 고광용 부지부장은 “마필관리사는 말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주에 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날이 덥다고 훈련을 게을리할 수 없다”며 “폭염에 힘들게 일하는 마필관리사들이 지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4. 4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5. 5[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6. 6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7. 7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8. 8‘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9. 9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10. 10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3. 3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4. 4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5. 5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6. 6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7. 7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8. 8‘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9. 9靑 정책실장에 하준경 수석, 지방시대위원장에 박정현
  10. 10이 대통령 "전작권 환수로 자주국방 마침표"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6. 6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1일
  8. 8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우수학술 부문
  9. 9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연구혁신 부문
  10. 10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1. 1“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4. 4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5. 5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6. 6‘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7. 7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8. 8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9. 9“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0. 10검찰 기존 사건 90일 간 수사 가능…대규모 사건이관에 현장혼선 우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5. 5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6. 6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7. 7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8. 8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9. 9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10. 10독립운동가 후손 재일교포 허미미, AG 여자 유도 57㎏급 금메달
우리은행
준비 안 된 '경찰시대'
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교통취약지 ‘버스형 콜택시’ 도입, 울주 전역 도시가스 공급도 추진”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