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부산이 바싹 타들어 가고 있다. 부산은 지난 10일 이후 12일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낮에는 35도를 웃도는 고온이 계속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온종일 무더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에어컨 사각지대가 자신의 삶터이기 때문이다. 국제신문은 더위 속 고군분투 중인 노동자들과 하루를 함께 일하며 이들의 고충을 듣는 기회를 마련했다.
우선 적외선 온도계로 이들의 피부 온도를 측정했다. 국내 주거건물 중 최고 높이인 해운대구 엘시티 신축공사 현장 노동자와 이삿짐센터 직원, 마필관리사 등 취재진이 만난 이들은 입을 모아 “정부와 지자체가 폭염 속 제대로 된 안전망을 만들어달라”고 절규했다. 최근 부산에서 40대 이삿짐센터 직원이 더위에 숨졌고, 전북 전주에서는 60대 베테랑 목수가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의식을 잃고 추락해 끝내 목숨을 잃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가 최근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조합원 200여 명에게 무더위 속 건설현장 안전실태를 물은 결과 ‘햇볕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은 곳에서 쉰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의 73.7%(157명)에 이르렀다. ‘현장에 쉴 만한 공간이 없다’거나 ‘쉴 곳은 있지만 부족하다’고 대답한 비율도 90.2%(195명)에 달했다.
양산부산대병원 강동묵(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체온조절 중추가 뇌에 있는데, 높은 온도에 중추의 열 조절 능력을 잃는 ‘중추 파괴’ 현상이 일어난다. 뒤이어 열사병으로 쓰러지고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열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용광로, 용접 노동자 외에 더위 속 노동 강도가 높은 택배회사, 이삿짐 센터 직원 등도 위험해 안전망 마련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무더위 현장 대응에 관한 법과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장에서는 휴짓조각이다. 노동부의 ‘열사병 발생사업장 조치기준(지침)’에 햇볕을 완전히 가리는 그늘 제공 등의 내용이 담겼고, 산업안전보건법에 폭염특보 때는 야외 작업을 중단할 것을 명시하는 조항이 있다. 부산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예정된 공사기한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거의 지켜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혹독한 무더위 현장에 노출된 대다수가 비정규직 노동자인 점도 문제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천연옥 비정규직 위원장은 “노동자들이 ‘에어컨 좀 설치해주세요’라고 말해도 노동조합이 없어 현장의 어려움이 외부로 전달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야 무고한 죽음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화영 김민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