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전유물 여겨진 제모도 증가
- 몇년 새 ‘젠더리스’현상 거세져
직장인 최준명(28) 씨가 출근할 때마다 꼭 챙기는 필수 아이템이 있다. 바로 양산이다. 고작 15분 거리에도 불볕더위에 땀으로 흠뻑 젖어 더는 견딜 수 없었다. 최 씨는 “회사에 남성 직원 몇 명이 양산을 들고 다니길래 용기를 얻었다. 양산이라고 여자만 쓰라는 법 있나. 쓰니 더위가 훨씬 가시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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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이 이어지면서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주저했던 남성들이 양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27일 양산을 쓰고 부산 서면거리를 걷고 있는 남성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양산을 쓰는 남자가 등장했다. G마켓은 27일 남성 고객을 중심으로 양산 구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7월(1~25일) 기준 올해 남성의 양산 구매량은 지난해보다 31% 늘었다. 지난 한 해는 전년 대비 46%나 급신장했다. G마켓 관계자는 “전국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자외선 지수도 매우 나쁨 단계인 8 이상 올라가면서 남성도 양산 구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남성은 한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크기의 단색 양산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대부분 우산처럼 보이는 양산을 찾는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서 양산을 구입한 남성이 3배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여성의 영역이었던 제모도 남녀 경계가 허물어졌다. 여름을 맞아 제모하는 남성이 늘고 최근엔 남성 전용 왁싱숍까지 생겼다. 왁싱숍을 찾는 연령대는 20~50대까지 다양하지만 30~40대가 가장 많다. 부산진구 서면에서 왁싱숍을 운영하는 이모(35) 씨는 “10명 중 3명이 남성 고객이다. 여성 고객처럼 위생과 미용 목적이다”며 “수염, 다리 숱 왁싱을 가장 많이 한다”고 전했다. 나 홀로 남성 제모족도 증가세다. G마켓에 따르면 7월 기준 왁싱 제품 판매량의 성별 비중을 살펴보면 2015년 23%에서 2016년 25%로 늘더니 2017년 37%, 2018년 36%로 대폭 늘었다.
이처럼 남녀를 구분 짓던 경계가 허물어지는 ‘젠더리스’ 현상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2016년 화장하는 남자, 연예인 김기수가 등장한 이후 올해 남성 패션 트렌드로 치마까지 떠올랐다. 동아대 최이숙(사회학) 교수는 “자신을 옭아매던 젠더의 틀을 벗는 과정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억제해왔던 남성들이 자유로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