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상 급식·교복 고교까지 확대
- 지자체와 협의해 지원 부탁 예정
- 특목고 조사 후 일반고 전환 고민
- 공직자 신뢰위한 감사 장치 설치

노옥희(60) 울산시교육감은 울산교육 최초의 여성인 진보 성향 교육감이다.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인 그는 그동안 보수의 아이콘처럼 여겨져 온 울산교육감 자리를 단 한 번의 도전으로 꿰찼다.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26일 진보교육감의 당선 의미와 향후 추진할 울산교육의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울산시민이 이 같은 실험에 가까운 당찬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청렴함을 고려했기 때문일 거다. 울산은 그동안 세 차례나 교육감이 중도 낙마하는 불명예를 체험했다. 그가 향후 4년 임기 동안 펼칠 울산교육의 청사진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시민이 울산교육을 맡긴 이유가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울산교육의 대전환을 원하는 시민의 강렬한 바람이 진보교육감을 탄생시켰다고 생각한다. 울산교육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시민의 요구를 받아 안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겠다.

-앞으로 펼칠 울산교육에 대해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교육의 중심은 학생이다. 학생 위주로 모든 교육행정을 펼쳐 나가고자 한다. 한 아이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삶을 일궈나갈 수 있는 교육을 실현하겠다. 모든 학생이 차별 없이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과 정책을 만들겠다. 그 역할을 교사·학생·학교가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교육청의 역할이다.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교육은 시대에 걸맞은 옷이 아니다. 배움을 지원하고 스스로 배움을 찾아가는 교육이 급변하는 미래사회에 어울린다. 한마디로 삶을 가꾸는 교육을 지향할 것이다.

-중점적으로 추진할 공약은.

▶교육 복지 분야다. 우선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을 확대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 모두 고등학교까지 확대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매년 고교 100억 원, 공사립 유치원 45억 원 등 145억 원의 추가예산이 필요하다. 이를 지자체와 협의해 50%씩 부담하도록 할 생각이다. 교복 무상지원 52억 원, 초·중등생 수학여행비 지원에 20억 원이 필요하다. 임기 내 달성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모두 예산이 수반돼야 가능하다.

▶교육복지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총 300억 원 정도가 추가로 필요하다. 교육청 불용예산(2017년 기준 500억 원 추산)에서 끌어오고 각종 전시성·행사성 예산을 대폭 줄이겠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중복예산을 조정하면 재원 마련은 가능하리라 본다.

-중도 낙마한 전임 교육감과 일부 관계된 직원들로 인해 시교육청의 신뢰도와 청렴도가 추락했다.

▶신뢰 회복이 우선 중요하다. 나 자신에게부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 비리 혐의로 기소된다면 스스로 직무를 정지하고,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는다면 즉시 사임하겠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시민감사위원회, 공익제보센터 설치, 내부고발자 보호, 정보공개 강화 등 다양한 장치를 통해 투명한 행정, 청렴한 공무원이 되도록 만들겠다.

-진보 교육감이다 보니 일부 정책의 급변화로 인한 혼란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선거과정에서 소통하는 교육감이 되겠다고 밝혔듯이 정책 시행에 앞서 소통을 우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울산에는 특목고가 자립형 사립고 1개(현대청운고) 외국어고 1개(울산외고) 등 2개에 불과하다. 일반고 전환은 기본 방침이지만 학부모나 학생과의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 진보교육감이라고 해서 무조건 특목고를 없애고 볼 것이란 생각을 하는 분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단 해당 학교가 본래의 역할이나 건학 이념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는 살펴볼 생각이다. 학원 수강시간 제한 문제도 운영자나 종사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적절한 해법을 찾겠다.

경남 김해 출신인 노 당선인은 부산 데레사여고와 부산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 고교 교사로 교육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1986년 교육민주화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해직돼 진보의 길을 걷게 됐다. 전교조 1, 2대 울산지부장, 국민승리21 울산본부 노동위원장을 거쳐 2002년 시교육위원에 당선되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진보 교육자이자 정치인으로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 두 차례 시장선거와 한 차례 국회의원(동구)에 출마했으나 모두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