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밤 최저기온 27.8도
- 최장 열대야 지속일수 경신 기세
- 열사병 추정 60대 사망자 발생
- 선풍기 과열로 아파트 화재
- 농산물도매시장 6시간 정전도
- 부산시 총력대응체제 전환 속
- 시설 야간·무료개장 등 초보 대처
- “주거·건강취약계층 보호체계 필요”
부산지역에 역대 가장 높은 최저기온을 기록하는 등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국제신문 26일 자 6면 보도)하는 데도 정부와 지자체의 대처는 아직도 초보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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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더워 텅 빈 해운대- 낮 최고기온이 34도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한 26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 마련된 비치베드에 손님이 없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
부산기상청은 지난 25일 밤 최저기온이 27.8도로 올라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최저기온을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열대야 지속일수는 9일째로, 이 같은 추세라면 부산의 역대 7월 열대야 지속일수를 넘을 기세다. 부산의 열대야 최장일수는 12일(2001년 7월 20~31일)이며 2위가 1978년 10일(7월 22~31일)이다. 이날 부산의 낮 최고기온은 34도를 나타내 올 들어 최고 기온을 보였다. 특히 경남 합천은 39.5도로 치솟아 올해 경북 의성(39.6도)에 이어 역대 4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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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전된 시장 비상-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반여농산물도매시장에 시장 소유 케이블 고장으로 6시간동안 정전이 발생해 한 식육점이 촛불을 켠 채 영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현재까지 기상예보를 보면 다음 달 초까지 비가 없는 찜통더위가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고온다습한 상태가 3주 이상 장기간 지속돼 체내 열과 피로가 누적되면서 면역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지병을 앓는 노약자는 물론, 건강한 성인까지 위험할 수 있다. 또 축산업 농업 산업 수산업(육상 양식장) 등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질 가능성이 크다.
온열질환 사망자는 급증하고 있다. 본지가 집계한 부산지역 온열질환 사망자 수는 30명에 이른다. 질병관리본부와 부산시가 집계한 온열질환 감시시스템을 통한 사망자는 2명에 불과했다. 지난 25일 낮에도 연제구 연산동 여관에서 평소 알코올의존증을 앓던 박모(63) 씨가 폭염의 영향으로 숨졌다.
선풍기를 오래 틀면서 과열로 인한 화재도 발생했다. 지난 25일 오후 1시 연제구 연산동 아파트 실내에 켜져 있던 선풍기에서 모터 과열 등으로 불이 났다. 정전도 일어났다. 26일 해운대구 반여 농산물도매시장에 6시간 넘게 정전이 발생해 상인과 시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오전 8시30분께 도매시장에 시장 소유 케이블 고장으로 정전이 발생해 6시간10분 만인 오후 2시40분에 복구됐다. 갑자기 정전이 발생한 탓에 주요 냉장설비와 냉방기 등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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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글지글 활주로- 26일 오후 제주도 제주국제공항 소방대 차량이 활주로에 물을 뿌려 열을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
정부와 부산시는 폭염을 ‘자연재난’ 수준으로 인식해 대응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대응체계와 능력은 한참 못 미친다. 시는 최근 기존 TF를 통한 폭염 대응에서, 재난안전대책본부 차장(행정부시장) 지휘 아래 본청 전 부서와 산하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총력대응체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시가 이후 폭염 및 열대야 대응책으로 새로 내놓은 것은 ‘부산시민공원 24시간 개방’이다. 시는 26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시민공원을 24시간 개방하고 도심백사장과 어린이 물놀이장, 음악분수 쇼를 자정까지 연장해 개장한다고 밝혔다. 또 심야 이용객(자정~다음 날 오전 9시)에게는 주차요금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지역 내 무료 물놀이장 17곳도 새로 개장할 계획이다.
시민은 폭염이 연일 계속되는 데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시를 질타했다. 이병민(28·부산진구 개금동) 씨는 “집 근처 버스정류장이 6곳인데 그늘막이 단 1곳도 없다. 도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만도 힘든데, 최소한 따가운 햇빛이라도 막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김혜지(여·27·해운대구 우동) 씨는 “버스 타고 출퇴근하는데 버스정류장은 폭염에 차량 배기열까지 더해져 더 고역이다. 대구에는 버스정류장에는 분무기처럼 물 뿌려서 주변 온도도 낮춰 준다는데, 부산은 고작 가림막 몇 개 설치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2003년 살인적인 폭염으로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기록하면서 1만4800여 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이에 사망자의 사회·환경적 요인을 분석, 노인보호시스템 등 촘촘한 맞춤형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부산 역시 온열질환 사망자 대부분이 60대 이상의 노인이며 유병률이 높다. 일부 야외작업이 많은 성인 근로자도 포함돼 있다. 폭염을 단순한 자연재난이 아닌 ‘사회적 재난’으로 접근해 피해를 예방해야 하는 이유다. 고신대 고광욱(예방의학과) 교수는 “슬레이트지붕집이나 슬래브집 등은 직사광선열을 그대로 흡수해 실내 기온이 높게 치솟는다”며 “결국 주거취약계층과 건강취약계층이 폭염에 가장 우선적인 피해자가 되는 만큼 좀 더 촘촘한 맞춤 대응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희 박호걸 김봉기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