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과 을의 싸움이 되지 않아야 할 텐데….” 2019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관해 한 소상공인이 취재팀에게 한 말이다. 고용주라고 다 ‘갑’이 아니란 뜻이다.
지난 14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내년 최저임금은 8350원이다. 이는 2018년보다 10.9% 오른 금액으로, 2년 연속 두 자릿수(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 16.4%)가 넘는 인상률을 기록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최저임금 인상이지만, 상대적으로 ‘을’에 해당하는 700만 소상공인은 ‘노동 강도 증가’ ‘물가 상승’ ‘소비 위축’ 등의 부작용에서 보호받지 못한다.
그렇다면 정말 최저임금 인상이 ‘을과 을의 대립’을 부추길까. 부산 울산 경남 소상공인과 아르바이트생을 만나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 일자리는 줄고 업무량은 늘었다.
김해에서 프랜차이즈 햄버거 매장을 운영하는 A(31) 씨는 “올해 최저시급이 오르면서 직원 2명을 줄이고 내가 일하는 시간을 기존 9시간에서 11시간으로 늘렸다. 아르바이트생이 갑자기 일을 그만두면 한 달에 하루도 쉬지 못한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프랜차이즈 피자 매장을 운영하는 B(32) 씨도 인원을 줄이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B 씨는 “배달 사원과 주방 사원을 한 명씩 줄였다. 업무 특성상 직원들의 입사와 퇴사가 잦은 편인데 시급이 높아져 새 직원을 채용할 때 망설여진다”면서 “그전에는 셋이서 하던 걸 둘이서 하고, 둘이서 하던 걸 혼자서 하니깐 노동 강도가 세졌다. 힘들게 일을 시켜서 미안하긴 한데 현재 수익구조로는 이렇게밖에 운영할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부산의 한 영화관에서 올해 1월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는 C(24) 씨는 “편의점이나 작은 가게는 오른 시급을 안 줄 것 같아서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선택했다. 내가 영화관에 입사할 때 최종면접에 25명이 왔는데, 같이 일하는 사람은 7명이다”고 말했다. C 씨와 같은 영화관에서 함께 일했던 D(여·23) 씨는 “시급이 오르고 나서 아르바이트 경쟁률이 높아졌다. 일은 더 힘들어졌지만, 월급이 오르고 괜찮은 자리이다 보니 퇴사율은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 주휴수당에다 4대 보험까지, 최저임금이 1만 원을 이미 넘었다?
A : 주휴수당까지 챙겨줄 엄두가 안 나서 식사 제공으로 대신한다. 4대 보험은 아르바이트생이 원하지 않는다. 가게를 개업한 지 2년이 됐는데, 작년보다 수익은 20% 정도 줄었고, 대신 시급과 물가는 올랐다.
B : 내년 최저시급 8350원에 주휴수당과 4대 보험을 더하면 소상공인이 체감하는 최저시급은 1만 원이 넘는다. ‘한 시간 일해도 1만 원을 못 번다’고 생각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많은데, 사업주가 부담하는 금액을 정확하게 알아줬으면 한다.
C : 현재 최저시급이 7530원인데, 일하는 영화관의 제일 싼 팝콘 콤보가 8500원이다. 한 시간을 일해도 못 사 먹는다. 우리 아르바이트생들이 우스갯소리로 ‘팝콘님’이라고 부른다. 시급이 물가 인상을 못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4대 보험으로 빠져나가는 돈도 부담스럽다. 다친 적도 없는데 굳이 내야 할까.
D : 4대 보험과 주휴수당은 당연한 권리다. 월급이 조금 줄어도 4대 보험이 있어서 든든하다.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선택한 이유도 이런 부분을 다 챙겨주기 때문이다.
- 최저임금은 인상돼야 하나.
A : 작년에는 “아 이렇게 하면 몇 년 안에는 대출도 다 갚고 수익을 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시급이 인상된 올해에는 “대출 상환 기간이 길어지겠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내년 인상 금액을 듣고는 “이 가게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까지 하게 됐다. 최저임금이 인상돼야 하는 건 맞지만, 상가임대차 보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보호, 카드수수료 인하 등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처리한 뒤에 올려야 한다.
B : 답이 안 나온다. 정부가 마련한 ‘일자리 안정자금’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사업’ 등의 대책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정직원은 한 달에 190만 원 이상 받으려 하고, 아르바이트생은 한 달 또는 두 달에 한 번씩 계속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데 그때마다 4대 보험을 들고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내용은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만 한 번도 신청해서 혜택을 받은 적이 없다.
C : 수입이 많아져서 여가생활을 할 때 부담이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다만 최저임금을 올릴 환경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제 친구들의 부모님도 편의점,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데 요즘 많이 힘들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다 같이 잘사는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D : 아르바이트를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으로 여길 수 있지만, 사회생활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어서 또래 친구들이 배움의 기회를 잃지 않을까.
- 서로에게 바라는 점은
A :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근로계약서상 명시된 근무 기간만 잘 지켜줬으면 좋겠다. 3개월간 일하기로 했는데 미리 얘기도 안 해주고 한 달 만에 그만두면 정말 난감하다.
B : 젊은 나이에 저를 믿고 우리 매장에서 함께해줘서 고마울 뿐이다.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받쳐주지 않아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
C : 사회 초년생이다 보니 서툰 게 많다. 우리 아르바이트생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해주시는 사장님이 많았으면 좋겠다.
D : 우리를 신뢰해줬으면 좋겠다. 고객과 사장에겐 아르바이트생이 을인데, 일이 힘든 것을 떠나서 작아지는 기분이 한 번씩 든다.
취재=국제신문 영상팀 i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