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소 상태라 스프링클러 미작동
폭염이 라텍스 베개까지 불태웠다. 강한 불볕의 자외선이 자연발화를 일으켰다.
24일 오전 10시41분 부산 금정구 장전동 한 아파트에서 창문 옆 의자 위에 놓인 라텍스 베개에서 불이 났다. 순찰을 하던 경비원이 “타는 냄새를 맡았다”며 119에 신고했다.
화재 현장은 특이했다. 일반 화재 현장과 달리 자연발화 흔적이 발견됐다. 창문 옆에 있던 라텍스 베개가 고온의 직사광선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자연 발화한 것이다. 이는 돋보기로 검은 종이를 내리쬐면 불이 붙는 원리와 유사하다. 라텍스에서 발화된 불꽃은 곧 의자로 옮겨붙었다. 천이 아닌 합성피혁으로 이뤄진 의자의 재질도 자연발화에 한몫했다. 열이 아래로 빠져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나 화재경보기는 울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외부 요인에 의해 착화된 것이 아니라 훈소(서서히 타들어가는 현상)했기 때문이다. 훈소 상태는 연기가 많이 나지는 않아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 다행히 화재 당시 방에는 아무도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금정소방서 현장대응단 서정우 화재조사 담당자는 “겨울철 라텍스 베개를 전기장판 위에 올려놓으면 화재가 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현장 조사를 8년째 하는데 자연발화로 인한 화재는 처음 봤다”며 “창가나 발코니 등에 라텍스 소재의 물건을 놓아두고 장시간 외출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