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자 대다수 건강취약 고령자
- 그늘막 하나 없고 선풍기도 부족
- 전기료 지원 안돼 냉방비 아껴야
- “굶어 죽지 않으려 더위 뚫고 와”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노숙인과 노인의 급식용 점심에도 비상이 걸렸다. 열사병 취약계층인 이들은 그늘막 하나 없는 무료급식소 앞에서 매일 폭염을 견디며 밥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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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역 공식(대청동 관측소 기준) 최고기온이 32.6도를 기록한 24일 동구 부산진역 앞 무료급식소를 찾은 노인과 노숙인 등이 땡볕 아래서 급식을 기다리고 있다. 박수현 선임기자 |
24일 오전 11시 부산 동구 부산진역 무료급식소 앞. 점심을 먹기 위해 이곳을 찾은 노인이 100m가량 줄을 섰다. 배식은 정오에 시작하지만 1시간 전부터 줄을 서야 일찍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자리 경쟁도 치열하다.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르자 노숙인과 노인 얼굴에서 지친 표정이 묻어났다. 대부분 폭염에 취약한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이마와 팔에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지만 달리 피할 곳이 없다. 더위를 막기 위해 가져온 부채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마저도 없는 노인은 손으로 연신 부채질을 해댔다. 일부 노인은 아예 주저앉아 배식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오전 11시30분, 급식소 문이 열렸다. 150석이 마련된 이곳(약 260㎡)에 노인이 하나둘 자리를 잡았다. 가건물인 급식실 내부에선 선풍기 9대가 돌아갔지만 만석이 되자 사람들 열기로 후텁지근한 상태가 이어졌다. 미처 입장하지 못한 노인은 급식소 밖 나무 그늘에서 다시 자리가 비기만을 기다렸다.
무료급식소 측은 폭염이 심해져 노인과 노숙인을 조금이라도 일찍 입장시키고 싶지만 현실상 어려움이 많다. 무료급식소 박영수(58) 반장은 “입장 시간이 당겨지면 선풍기를 일찍 돌려야 해 그만큼 전기료가 많이 나온다”며 “겨울은 연탄을 지원받아 긴 시간 난방이 가능하지만 여름은 전기료를 지원받지 못해 열악한 형편상 부득이하게 입장을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메뉴는 김치와 나물, 오이무침과 냉국이 나왔다. 이들은 그나마 시원한 냉국으로 더위를 쫓았다.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노숙인 등 주거 빈민은 순식간에 음식을 비웠다. 점심시간에 이곳을 찾은 인원은 300명에 달했다. 다대포에서 왔다는 이모(66) 씨는 “혼자 사는데 밥 먹을 곳이 없어 매일 이곳을 찾는다. 덥긴 하지만 굶어 죽을 순 없지 않으냐”며 “요즘 같은 날에는 그늘막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록적인 폭염에도 더위를 쫓을 만한 무료급식소 시설은 달라지지 않았다. 각 지자체는 폭염에 대비해 그늘이 필요한 곳에 그늘막을 설치하지만 이곳은 여전히 폭염 무방비 지대다. 동구 관계자는 “무료급식소 앞도 그늘막을 설치하고자 계획 중이다”며 “그늘막 설치로 차량 소통에 지장을 주는지 등을 경찰과 협의해 다음 주중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