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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완의 통일 내비게이션…지금 북한은 <6> 북중접경 5000리 길 (하)

국경따라 촘촘한 철조망 … 걷고 또 걸으면 길은 열리는 법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7-22 19:36:33
  •  |   본지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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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달 새 늘어난 철조망 너머로
- 삶의 무게에 짓눌린 아이들과
- 느릿느릿 소달구지가 지나가고
- 또 그만큼 느린 기차가 다닌다

- 곳곳엔 ‘목숨 사수’ 선전구호
- 탈북민 놀란 격세지감 혜산시엔
- 만리마 속도로 건물 짓기가 한창

- 거대한 감옥처럼 보이는 그곳에
- 통한의 길을 걷는 또 다른 우리

원래 길이란 지상에 존재하지 않았기에 북중접경 5000리도 처음부터 길은 아니었다. 분단의 사람들이 걷고 또 걸으며 잇고자 하는 마음이 포개져 길이 되었다. 먼발치에서 보는 게 안타까워 한 치라도 더 가까이 가고자 했다. 같은 장소라도 다른 계절에 가면 바람에 실려 오는 냄새가 달랐다. 분단의 깊은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 통한의 길에서 북녘을 담았다. 그곳에 우리가 있었다. 같지만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 분단의 사람 말이다.
산비탈 아래 놓인 철길 위로 기차 한 대가 지나간다. ‘광복의 천리길 2호’이라고 적혀 있는데 언젠가는 ‘통일의 천리길’이라는 이름으로 힘차게 달리는 모습을 상상한다.
■ 철조망 너머 사람들

몇 달 전, 그곳에는 분명히 철조망이 없었다. 언덕 위 허름한 집이지만 시골마을처럼 그저 평온해 보였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만에 국경을 따라 철조망과 감시초소가 길게 세워졌다. 압록강은 하나의 물길로 흐르는데 왜 사람을 막는 철조망은 자꾸 늘어나는지 마음이 착잡했다. 국경 경계가 희미해지고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시대다. 하지만 북중 접경지역 경비와 감시는 갈수록 삼엄하다. 수천 리 강을 따라 억센 철조망을 촘촘히 세우고 감시하는 모습에서 북한 땅 전체가 마치 거대한 감옥같이 느껴졌다. 철조망 너머로 걸어가는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너무 일찍 철이 들어서일까? 따스한 엄마의 손길을 잡아야 할 나이에 저보다 더 어린 동생 손을 이끌고 간다. 한 짐의 빨래를 머리에 인 모습은 표정만큼이나 무거워 보였다. 그날 아침, 사랑하는 엄마의 무릎에 누워 예쁜 머리칼 땋으며 응석도 부렸으리라. 넘어서는 안 될 철조망 안에는 삶의 무게에 짓이긴 아이가 걷고, 무심한 초록의 파릇함만이 담장을 넘었다.

■ 트럭과 소달구지

북중 접경지역에서 한 사내가 소달구지를 탄 채 가고 있다.
북중 접경지역에 서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되돌아간 듯한 풍경을 본다. 4차 산업혁명의 최첨단 시대인데 한쪽에서는 느릿느릿 소달구지가 지나간다. 우리에게는 이제 소달구지라는 표현조차 낯설다. 세상의 외딴섬으로 남아 소달구지에 힘겨운 삶의 무게를 내려놓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반겨줄 이 누구일까? 길에 내걸린 선전 구호가 이곳이 북한임을 일깨워준다. “위대한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 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는 정치구호가 빛이 바랬다.

■ 산비탈을 지나는 기차

철조망 너머로 머리에 빨래를 인 한 어린이가 동생과 함께 어디론가 가고 있다.
산비탈 아래 놓인 철길 위로 기차 한 대가 지나갔다. 달린다는 표현보다는 그냥 지나간다는 말이 더 적절하다. 그만큼 속력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차를 향해 무심히 손을 흔들다 두 눈을 의심했다. 화물객차 위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았다. 기차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닌 어디론가 이동하기 위한 사람들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앉은 모양새도 다채롭다. 남북한 철도가 연결되면 저 길 위로 낭만열차가 달릴 수 있을까? ‘광복의 천리길 2호’라고 쓰인 기차가 ‘통일의 천리길’이라는 이름으로 힘차게 달리는 그날을 상상했다.

■ 양강도 혜산시와 장마당

마을 곳곳에 ‘사회주의 제도 만세’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 만세’ 등 선전문구가 보인다.
몇 시간을 달려 양강도 혜산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이르렀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북한 사이에 밀수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변경도시다. 최근 탈북민 중에 양강도 혜산 출신 사람들이 많다. 사진에서 자신이 살던 고향 집을 찾아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혜산 출신 어느 탈북민은 밤이면 압록강을 건너와 새벽에 밀수할 물건을 갖고 북한으로 돌아가곤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압록강변에 서면 혜산과 중국 장백까지의 거리는 불과 한걸음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혜산을 통한 밀수는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혜산의 장마당(시장)에는 활기가 넘쳤다.

장마당을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의 생동력 만큼이나 도시 곳곳에 건설장이 눈에 띄었다. 사진을 본 탈북민은 이곳이 정말 혜산시가 맞는지 몇 번이고 되물었다. 자신이 떠나온 3년 전과 비교하면 어딘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변했다고 한다. 대규모 아파트를 짓고 건물마다 형형색색 페인트를 칠한 모습에서 마치 도시가 깨어나는 듯했다. ‘만리마 속도’를 강조하며 건설을 다그치는 북한정권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건설장에는 철골을 세우는 크레인 등 중장비가 아니라 사람 손으로 지어진 나무골조가 앙상했다.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이라는 선전구호를 보며 ‘과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는가’라는 말이 떠올랐다. 남북한 주민들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통일의 그날을 꿈꾼다. 북중접경 5000리 길을 걷고 또 달리며 통일의 마음들을 오롯이 담아내고자 했다. 분단의 길 위에 던져지는 작은 돌맹이 하나 되자고 감히 제언 드린다. 하나 둘 모이고 보태지면 통일의 길이 되기에….

강동완 동아대 교수·부산하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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