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개 코스 21개 구간 완주 44명
- 인상깊은 구간으로 많이 꼽아
- 4위는 성지곡~금정산성 구간
- 백양산·회동수원지길 공동 5위
- 가덕도길 2위로 높은 점수 불구
- 교통·이정표 등 개선 지적 최다
- 오륙도~진시장, 하굿둑~천가교
- 도로 끼고 땡볕길 아쉬움 토로
걷기의 생활화, 전문화 흐름을 타고 길이 문화자산으로 주목받으면서 국내에서도 지역을 대표하는 각양각색의 길이 생겨났다. 끊긴 곳은 잇고, 미흡한 곳은 개선하면서 저마다의 옷과 이야기를 입혔다. 제주 올레길은 말할 것도 없고 지리산 둘레길, 강원도 강릉 바우길, 충청도 양반길, 경기도 여주 여강길, 전북 군산 구불길, 충남 가야산 내포문화숲길 등은 해당 지역의 간판 도보길이다.
이들 길이 강조하는 테마는 산, 숲, 강, 호수, 들판, 바다 중 두 세개 정도. 부산 갈맷길처럼 여러 가지 형태가 공존하는 곳은 보기 드물다. 바닷가를 걷다 보면 어느덧 산속이고, 산과 숲을 벗어나면 강이 나타나고, 인정이 그리우면 원도심으로 들어설 수 있는 게 갈맷길이다. 해운대와 온천장 길목에는 지친 몸을 풀고 재충전하는 온천도 있다. 우리는 너무 자연스러워 인식하지 않고 살지만 축복받은 길인 셈이다.
갈맷길은 278.8㎞, 9개 코스를 다시 10~20㎞ 길이로 잘라 21개 작은 구간으로 나뉘어 놨다. 구간마다 눈에 보이는 풍광과 마음으로 느끼는 감흥이 다르다. 그렇다고 모든 길이 탐방객을 매료시키지는 못한다. 제주 올레길도 마찬가지다. 개인 취향이나 걷는 목적 등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갈맷길 전 구간에 대한 비교평가는 직접 걸어서 완주해 본 사람만이 가능하다. 완주자들 눈에는 갈맷길이 어떻게 보였을까. 국제신문 (사)걷고싶은부산은 갈맷길 개설 10년을 맞아 최근 1~2년 사이 전 코스를 주파한 사람 중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44명 응답)를 했다. 질문은 가장 인상 깊었던 구간 2곳, 아쉬웠거나 개선이 필요한 구간 1곳, 그리고 총 별점 평가였다.
■ 인상 깊었던 길
갈맷길 완주자마다 마음 지갑을 두둑하게 한 에코힐링 포인트가 한두 개쯤은 있을 터. 설문 응답자 44명이 각각 2곳을 꼽은 결과, 1표라도 받은 구간까지 포함하면 전체 21개 구간 중 15개 구간이 포함됐다. 나머지 6개 구간은 단 한 표도 얻지 못했다.
15개 구간을 편의상 다시 세분하면 A그룹이라 할 수 있는 10표 이상 획득 구간은 3곳이다. 모두 바다를 끼고 있는 해안길이다. 그 다음 B그룹인 7~5표 구간은 5곳, C그룹인 3~1표 구간은 7곳이었다. 특정 구간에 급격한 쏠림 없이 비교적 넓은 지역에 걸쳐 고루 포함된 셈이다. 문만 나서면 걸을 수 있는 ‘대중성’ 외 갈맷길의 특징인 ‘다양성’이 도보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1위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2-2구간 이기대길(22표)이다. 민락교~광안리 해수욕장~동생말~이기대~오륙도 선착장까지 12.6㎞의 이 길은 난이도 중이지만 바다와 푸른 녹음, 기암절벽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해안길이다. 이기대, 농바위, 각시당, 돌개구멍, 해녀막사 등 이야기 또한 풍성하다. 사진 배경으로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등 늘 선호도가 높았다.
2위는 5-2구간 가덕도길(14표)로 나타났다. 천가교~연대봉~대항선착장~어음포골~동선방조제~정거마을~천가교까지 20.1㎞는 갈맷길에서 몇 안 되는 난이도 상이다. 한번에 돌자면 상당한 체력을 요하는 쉽지 않은 코스. 하지만 만경창파 남해 풍광과 해안 숲길의 비경, 고향마을 같은 골목길이 오감을 자극한다.
3위도 해안 풍광이 좋은 난이도 중의 3-3구간 영도 절영해안길(10표)이 차지했다. 당초 남항대교~절영해변~감지해변~태종대 전망대~아미르공원까지 10㎞였으나 근래 국립해양박물관~동삼혁신지구가 추가되면서 13.7㎞로 늘어났다.
이후부터는 내륙쪽으로 길을 틀었다. 4위(7표)는 7-1구간으로 숲과 산길이다. 성지곡수원지~만덕고개~금정산성 남문~동문 9.3㎞는 난이도 중으로 다소 숨이 차다. 삼나무·편백 숲이 울창한 성지곡 산림욕장과 부산 시가지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금정산 능선길이 좋다.
백양산길과 회동수원지길은 나란히 6표를 얻어 공동 5위에 올랐다. 6-2구간인 구포역~운수사~선암사~바람고개~성지곡수원지 23㎞ 백양산길은 갈맷길 21개 구간 중 가장 긴 거리다. 일부 급경사가 있는 난이도 상 코스지만 바람고개를 넘어 백양대 조망권이 일품이다.
8-1구간 상현마을~오륜대~회동수원지~동대교~동천교(석대다리) 10.2㎞ 회동수원지길은 부산 유일의 수변길이다. 부산은 ‘대(臺)’의 도시. 수변길을 걷다가 만나는 오륜대와 동대는 해운대, 태종대, 몰운대, 영가대, 겸효대, 의상대와 더불어 부산의 8대다. ‘대’는 지면보다 높아 절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을 말한다.
내륙길에 대한 선호도는 여기서 멈추고 다시 바닷길로 선회했다. 4-1구간 송도해안길과 1-2구간 기장 포구(浦口)길이 각각 5표로 공동 6위였다. 남항대교~송도해수욕장~송도해안볼레길~암남공원~감천항 13㎞ 난이도 중의 송도해안길은 영도 절영해안길, 남구 이기대길과는 좀 다르다. 1억 년 이상의 엄청난 역사를 가진 퇴적층과 암석을 볼 수 있어 ‘지층박물관’으로 불리는 곳이다. 기장 포구길은 기장군청~대변항~오랑대~해동용궁사~송정해수욕장~구덕포~청사포~문탠로드 20.4㎞다. 6시간쯤 걸리는 난이도 상이지만 기장만의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항구를 눈에 담을 수 있다.
■ 아쉬웠던 길
설문 응답자 44명이 갈맷길에 준 별점은 최하 2개에서 만점 5개까지 엇갈렸다. 하지만 평균은 4개. 수·우·미·양·가에서 ‘수’ 정도의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그럼에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길은 21개 구간 중 13개 구간으로 적잖았다. 물론 여기에는 1표씩을 얻은 5개 구간도 포함돼 있다. 이를 차치하고 나머지 8개 구간은 3표 이상 반복 지목됐다. 뭐가 부족한지 우선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구간인 것이다.
개선이 요구되는 아쉬웠던 길로 가장 많이 꼽은 구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인상 깊었던 길 2위를 차지한 가덕도길(9표)로 나타났다. 앞서 지적했듯 이 구간은 ‘극기훈련급’에 속한다. 응답자들도 이구동성으로 ‘코스가 너무 길고 걷기 힘들다’고 말했다. 불편한 교통편과 이정표 미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완주 후 성취감이나 만족감은 또 달랐다는 반응을 보면 좋았던 길인 만큼 옥에 티에 대한 아쉬움 또한 크게 남았을 법하다. 사실 이만한 난코스가 갈맷길에 하나쯤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그 다음으로는 3개 구간이 공히 6표씩을 얻었다. 3-1구간(오륙도 유람선 선착장~신선대~UN기념공원~부산진시장, 11.5㎞)과 5-1구간(낙동강 하굿둑~명지오션시티~르노삼성 부산공장~천가교, 22.0㎞)은 인상 깊었던 길에서 한 표도 얻지 못한 6개 구간에 포함돼 있다. 이들 구간은 도로를 끼고 있거나 땡볕이 많은 길이다. 4-2구간 두송반도길(감천항~두송반도 전망대~몰운대, 12.5㎞)은 인상 깊었던 길에서 3표를 받았으나, 전체 구간 중 화력발전소와 고철공장 거리가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이어 3표씩을 받은 곳은 4개 구간. 갈맷길 출발점인 1-1구간(임랑해수욕장~칠암~일광해수욕장~기장군청, 11.9㎞)은 도로변 노출이 많아 걷기에 위험하고, 안내 표지가 미흡한 점이 꼽혔다. 이 구간은 인상 깊었던 길에서도 0표였다. 4-1구간은 인상 깊었던 길에서 5표를 받아 공동 6위를 차지했음에도 송도해안볼레길 이후부터 감천항까지 마지막 구간이 음습하고 무서웠다는 의견이다. 2-1구간(문탠로드~해운대 해수욕장~동백섬~민락교, 5.7㎞)과 4-3구간(몰운대~다대포해수욕장~응봉봉수대~낙동강 하굿둑, 10.8㎞)도 인상 깊었던 길에서 각각 2표씩 얻은 곳이다. 하지만 일부 도보자에게는 임팩트 없는 길로 비쳤다. 한편 완주자들은 전체적으로 차도 구간이 많은 데 따른 불편함, 코스를 잇는 연결성 문제, 이정표 찾기의 어려움을 공통으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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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상 대기자 b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