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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완의 통일 내비게이션…지금 북한은 <5> 북중접경 5000리 길 (상)

南과 다를 바 없네… 압록강 건너 그 곳에 일상이 있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7-15 19:42:26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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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주 바라보는 中 단둥서
- 한반도 끝자락 접한 훈춘까지
- 2000㎞ 달리며 만난 풍경

- 황량한 산하서 먹고 살아가는
- 평양특별시민 아닌 보통의 주민

- 해맑게 멱 감으며 노는 아이와
- 빨래하며 손 흔드는 어머니
- 청춘을 잊은 앳된 얼굴의 군인
- 평범한 일상조차 생경해진다

남북 정전협정이 논의되고 북미 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2018년 여름 북한은 어떤 모습일까? 필자는 지난주에 북중 접경지역을 다녀왔다. 북한 신의주를 마주보는 중국 단둥에서부터 한반도 제일 끝자락인 중국 훈춘까지 약 2000㎞에 이르는 여정이었다. 서울과 평양을 잇고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가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마주할 꿈을 꾸지만 여전히 우리는 분리돼 있다.
북한 아이들이 압록강에서 물놀이를 하며 놀고 있다. 아이들 옆에서는 한 여성이 빨래를 하고 있다.
북한은 평양과 지방으로 나뉜다. 우리의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공민증과는 별도로 평양시민증이 따로 있을 정도다. 평양에 사는 특별시민이 아니라 북조선에 사는 우리네 보통사람을 보고 싶었다. 평양 밖의 북한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북중 접경지역 5000리 길은 북녘땅을 조금이라도 가까이 보기 위해 떠나는 통일 여정이다.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고 가슴에 새기기 위한 길이다. 그 길에는 발자국마다 탈북민의 애환이 서려 있다. 두고 온 고향, 헤어진 가족, 강을 건너다 생겨난 상처…. 북중 접경지역 5000리, 그 장엄한 길 위에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우리가 있었다.

7일간의 여정으로 북중 접경지역을 달리고 또 걸었다. 갈 수 없는 땅이기에 강 건너 눈 앞에 허락된 사람만 겨우 사진에 담았다. 망원렌즈를 사용해 조금이라도 더 당겨서 보고 싶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대포같이 거대한 렌즈의 초점을 아무리 당겨보아도 멀리 떨어진 사람은 그저 한 점에 불과했다. 그들과 우리는 압록강을 사이에 둔 채 마주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빨래하고 물고기 잡는 사람

압록강 건너로 보이는 나무 없이 황량한 벌거숭이 산.
한여름의 압록강 변에 그들이 있었다. 분단의 경계 너머에 서 있는 북한 주민.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그저 같은 사람이었다. 압록강에서 멱을 감으며 물장구치는 아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경계의 눈빛을 보내던 사람, 빨래를 한 움큼이나 들고나와 연신 두들기면서도 수줍게 손 흔들어 주던 우리네 어머니가 보였다.

북중 접경을 따라 바라본 북녘의 산하는 그야말로 황폐함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그저 황량한 벌거숭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한적하고 널찍한 밭으로 보이지만 그 곳에는 원래 울창한 나무와 숲이 있어야 할 곳이다. 풀떼기 정도 겨우 내어줄 수 있는 앙상하고 메마른 땅이 돼 버렸다. 가파른 산 위에 사람이 도저히 설 수 없는 땅에도 조그만 밭을 일구며 억척스러운 삶을 이어갔다. 사람이 오를 것 같지 않은 직각 벽 산비탈에도 먹거리 하나 겨우 심어 놓았다.

‘황폐함’이라는 말은 ‘회복’이라는 과제를 던져준다. 황무지가 변하고 그 땅 위에 살아갈 사람이 웃음 지을 회복이 필요하다. 우리의 산하를 복원하고 그 위에 살아갈 사람의 행복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의 소명이지 않을까?

■국경 초소와 군인

북중 접경지역을 지키는 북한 군인이 어디론가 가고 있다.
북중 접경지역에 서면 북한 군인의 모습을 자주 본다. 국경경비대는 뇌물을 받고 국경을 열어준다고 한다.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그들이 있다. 한쪽에서 다른 한쪽을 그저 무심히 바라만 보는 사람. 한 명이라도 더 사람의 흔적을 찾기 위해 카메라 렌즈를 돌리다 눈을 의심했다. 국경을 지키는 군인인 것 같은데, 그들의 앳된 얼굴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제 겨우 스무 살이나 되었을까?

어느 20대 탈북청년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왜 죽음을 무릅 쓰고 탈북을 했어요?”라는 질문에 그는 “세상을 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북한에는 ‘발은 여기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는 선전구호가 있다.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 어머니와 함께 두만강을 건너 8일 만에 태국까지 도착했다고 한다. 그의 꿈은 자신의 눈에 더 큰 세상을 담는 것이라고 했다. 저 20대의 꽃다운 청춘 역시 눈앞에 있는 압록강을 건너면 어떤 세상이 있을지 몹시도 궁금하리라.

어린 나이에 돌격대나 군에 입대하는 목적은 단 하나다. 입당해서 당원이 되겠다는 것이다. ‘위대한 어머니 노동당이여’라 선전하는 노동당은 정말 새파란 청춘의 그들을 어머니 품처럼 따스하게 품어주었을까? 스무 살 꽃다운 청춘의 눈에 담아야 할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자전거와 사람들

둑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북한 청년의 모습.
길 위에 사람이 있었다. 길이란 원래 오가는 것이고 서로서로 연결돼 있으니 길 위에 사람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길이 곧 사람이다. 그런 길 위에 사람이 오가는데 강 건너 선 우리는 연신 “저기 사람이 지나간다”고 외쳤다.

“저기, 자전거 타고 가는 사람도 있어.” “너무 신기해.”

길 위에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이 우리 눈에는 그저 신기한 것으로 보였다. 분단의 골을 건너지 못한 사람이기에 똑같은 모양새로 생겨도 남북한 사람은 서로 신기하게 느낀다. 굽이굽이 산자락 휘돌아 길은 끝없이 이어진다. 그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부산 하나센터장·동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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