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출하락에 가게 30여 곳 문닫아
- 상인회 폐업신고 후 이달 말 폐쇄
- 시장 허물고 주상복합건립 소문
- “월세도 겨우 맞춰… 입점은 꿈”
한때 번영을 누리던 유서 깊은 부산의 소규모 전통시장이 문을 닫는다. 주변에 아파트 수천 세대가 밀집했지만 차례로 들어선 대형마트와 시설 노후화 속에 신음하던 이곳 상인은 시장 폐쇄 이후 생계를 걱정하며 시름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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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부산 부산진구 가야시장 벽면에 ‘6월 30일 가야시장 폐쇄 안내’ 현수막이 부착되어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
‘6월 30일 가야시장 폐쇄 안내. 전기, 수도, 시장 관련 업무 중단’. 27일 오전 부산진구 가야동 가야시장 3층 건물 외벽엔 이 같은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상인번영회가 지난 3월 부산진구에 점포 폐업을 신고했으며, 이달 말 실질적으로 시장 문이 닫히는 것이다.
건물에 들어선 형태를 띤 가야시장의 면적은 1130.9㎡다. 시장 자체는 일제 강점기인 1936년 형성됐고 1971년 시장으로 등록됐다. 점포 수는 53곳으로 규모는 작지만, 1990년대까지도 이곳에 들어선 식당과 이불·옷가게, 잡화점, 참기름집 등 상점엔 손님이 몰렸다. 하지만 이날 건물 내부 가게는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천장에 걸린 커다란 거미줄과 점포 앞 대야에 쌓인 뽀얀 먼지는 시장 폐쇄 훨씬 이전에 이미 문을 닫은 가게가 여러 곳임을 짐작하게 했다. 반경 700m 안에 태화현대아파트 벽산블루밍 등 아파트만 해도 2600여 세대가 밀집한 영업 환경을 갖춘 시장의 쇠락은 언제부터였을까.
이곳 상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2000년대 이후 인근에 대형마트가 속속 들어서 가야시장에 큰 타격을 안겼다. 2002년 가야시장에서 1.6㎞ 떨어진 곳에 홈플러스 가야점이 생긴 이래 2005년 1.1㎞ 거리에 이마트, 2011년 롯데마트가 차례로 문을 열었다. 이 시기 부산시가 낸 유통연구 결과를 보면 대형마트 입점 시 반경 5㎞ 안의 상권영향평가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가야시장의 경우 마트 3곳이 이룬 삼각형 중심에 갇힌 형국이다.
실제로 이들 마트가 문을 열기 전후 현황을 보면 1997년 가야시장 점포 수는 53곳으로 ‘만실 운영’됐지만 2012년 실제 운영 점포 수는 23곳으로 줄었다. 현재 상인들은 실제 영업하는 점포 수가 20곳도 채 안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나마 시장 건물 1층의 보도와 접한 식당 등 가게는 명맥을 이었지만, 비교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건물 내부 가게들부터 셔터를 내렸다. 시장 폐쇄 이후엔 기존 건물을 손봐 주상복합 건물이 올라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아직 건립 신청 허가가 들어온 것은 없지만, 구청에도 주상복합 건립에 대한 이야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시장에 남은 상인들은 새로 주상복합이 세워지더라도 그 안에 입점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30년 가까이 이곳에서 장사한 50대 상인 A 씨는 “1층 바깥쪽은 월세 30만 원 안팎, 시설이 낡아 임대료는 저렴한 편”이라며 “손님이 거의 없어 이마저 겨우 맞추는 형편인데, 신축 주상복합 건물의 비싼 임대료를 맞출 수 있는 가게가 없을 것”이라며 막막함을 호소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