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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공작소-‘부산의 옛길’ 스토리텔링 창작 시나리오 <4> 까치고개 이야기(하)

누구나 이 골목을 지나가면 스무 살이 돼, 멋지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6-24 18:47:43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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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일본인 공동묘지였던 부산 서구 아미동 까치고개. 묘지와 비석 위에 세워진 집들이 모여 마을이 형성됐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여 있는 듯한 곳. 초등학생 상대는 동생 출산을 앞둔 엄마와 잠시 떨어져 이곳 비석마을 할머니 집에 애완견 푸들 미남이와 함께 머문다. 동네를 구경하다가 우연히 일본 소녀 토모미를 보고 이상해 하면서도 친해진 상대. 입으로 토끼를 토해 내는 영감을 만나고, 공중에 떠다니는 등 꿈꾸듯 신기한 경험을 하는데….(상편 1~17 줄거리)
과거 일본인 공동묘지의 수많은 비석이 건축자재로 사용된 부산 서구 아미동 비석문화마을. 무덤 위에 지어진 집.
- 미남아 네가 말을 하면 좋겠다
- 꿈인지 진짠지 확인할 수 있게

- 흠! 십자가 왜 목에 걸고 왔어
- 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 돌 받침에 새겨진 여러 글자들
- 토모미의 한자 ‘知水’ 클로즈업

18. 몽타주 시퀀스(※ 시간의 경과나 사건의 흐름을 압축해 보여줌)

집 담벼락을 떠받치고 있는 비석들이 이채롭다. 국제신문DB
가.빛나는 돌들이 반짝이는 어두운 골목/ 나.토모미의 맑은 얼굴/다.장난감 같은 토끼, 뒷발을 굴린다/ 라.입에서 토끼를 생산하는 영감, 타액에 젖은 새끼 토끼/ 마.으르렁대는 미남이/ 바.어두운 골목, 돌들이 숨 쉬듯 꿈틀댄다/ 사.하늘 높이 치솟는 상대에게 까치고개 마을이 보이고, 마을 전체가 심장처럼 뛰면서 골목은 복잡한 혈관처럼 얽혀 있다.

19. 할머니 집 / 안 / 아침

-할머니 집 천장이 아침 햇살에 서서히 드러난다. 그것을 올려다보고 있는 상대. 할머니, 조용히 성당 아침 기도를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상대, 할머니 쪽으로 몸을 돌린다.-

상대 : 할머니!

할머니 : 깼나. 할미가 너무 사부작 거리제?

상대 : 할머니, 십자가 목걸이 좀 빌려 주세요.

-할머니, 상대의 눈을 잠시 바라보다가 성경에 감겨 있는 십자가 묵주를 건네 준다.-

목에 걸린 십자가 묵주가 거울을 통해 보인다. 상대는 십자가의 목줄을 조정하고 단추로 잠가 가린다.

20. 놀이터 / 아침

-벤치에 앉아 있는 옆집 철인 할아버지(전쟁을 겪은 까치고개 토박이).-

상대 : 할아버지.

철인 할아버지 : …….

상대 : 골목 여기저기를 돌아볼 거예요. (철인 할아버지, 상대를 바라보기만 한다)

상대 : 그냥요. 누구한테 말은 하고 가야할 거 같아서요.

철인 할아버지 : (돌아서는 상대 뒤통수에) 비 올 끼다. 소나기!

21. 까치고개 / 골목들 / 낮

-낮은 지붕, 담이 없는 집들. 집이 놓여 생긴 틈이 골목인 길을 걸으며 집 밑과 축대 밑돌을 유심히 훑으며 걷는 상대.-

4개의 양철문이 있는 골목. 상대, 미남이를 앞장세워 무언가 찾는 듯하다.

상대 : (미남이에게) 무슨 냄새 안 나니? 토끼 냄새 안나?

전망대에서 발밑 전경을 텅 빈 눈으로 응시하는 상대. 멍~ 때리고 있다.

상대 :미남아, 나는 네가 사람처럼 말을 했으면 좋겠다. 그게 꿈인지 아니면 진짠지! 미남이 니 귀가 날개처럼 움직여서 날고, 구름 위로 올라가고, 다 너랑 같이했는데 네게 확인할 방법이 없네.

미남이 : (상대의 눈을 응시하면서) 응~.

상대 : 불러 볼까? 지금 느낌은 내 뒤에 딱~ 하고 나타나야 되는데. (호흡을 가다듬더니) 토모미~ 토.모.미~ 토모미~

미남이 : 멍~ 멍~ 멍~

-이름을 한 번 부를 때마다 뒤를 확인해 보지만 아무도 없다.-

상대 : (십자가 목걸이를 만지며) 미남아, 사람을 의심하면 안되나 보다.

-순간, 골목 밑에서 들리는 토모미 소리.-

토모미 : (E)미남~ 미남~ 미남~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더니 골목에서 전망대로 올라오는 토모미의 모습이 보인다. 기쁜 마음에 입이 귀에 걸린 상대, 도끼눈으로 바뀌어 짖기 시작하는 미남이.-

토모미 : 미남, 한결같은 수컷.

-허리를 숙여 미남이를 저지하던 상대의 목에서 십자가 묵주가 옷 밖으로 빠져나온다.-

상대 : (당황하며) 미안.

토모미 : 십자가! 보여줘!

상대 : 보여줘? (목에서 십자가 묵주를 풀어 토모미에게 건네려다가)

상대 : 괜찮아?

토모미 : ??

상대 : 손이 막 타거나, 몸이 막 녹아내리거나, 아니면….

토모미 : 아니면?

상대 : 본 모습으로 변하거나.

토모미 : (십자가를 낚아챈다) 예쁘다.

-미남이 으르렁~ 소리의 강도가 줄었다.-

토모미 : (미남이를 보며) 상남자! 상대, 내가 이상하지?

상대 : 그냥, 조금 망측한 정도.

토모미 : 망측?

상대 : 돌이 빛나고 하늘로 날고… 근데, 재미있어.

-토모미, 바닥에서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 양손으로 잡는다.-

토모미 : 나뭇가지가 시간. (왼손을 움직이며) 과거. (오른손을 움직이며) 미래. 현재는?

상대 : (나뭇가지 가운데를 가리키며) 여기.

토모미 : 맞아. 상대가 아는 시간. 나뭇가지를 순서대로 바라보는 시간. 하지만….

-나뭇가지를 90도로 돌려 끝이 눈앞에 오게 한다. 긴 가지가 옆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한 점이 되어 보인다.-

토모미 : 내가 아는 시간, 다 같이 있어. 한 곳에 과거 현재 미래. 상대 시간, 토모미 시간 달라.

상대 : 어렵다.

토모미 : 쉬워. 상대 잘하는 거. (손가락을 망원경 모양으로 만들어 눈앞에 댄다)

-망원경 모양 말고 그냥 보는 상대. 이해하기 힘든 표정이다.-

토모미 : 보여줄게. 따라와.

22. 까치고개 / 스무 살로 변하는 골목 / 오후

-순식간에 늙어 버린 미남이의 모습이다.-

상대 : 얘가 왜 이러지?

토모미 : 괜찮아. 다시 돌아 갈거야.

-낯선 목소리. 스무 살로 변한 토모미다.-

상대 : 누구세요?

토모미 : 나,토모미.여긴 스무 살의 골목이야.

상대 : 스무 살?

토모미 : 응. 누구나 이 골목을 지나가면 스무 살이 돼. 멋지지?

상대 : 미남이는 왜 저래?

토모미 : 푸들, 스무 살이면 스고이! 장수한다. 근데, 잘생겼다 상대!

-자신의 모습을 유리에 비춰 보는 상대. 건장하게 변해 있다. 토모미도 긴 생머리의 선이 고운 아가씨로 변해 있다.-

상대 : 이러다가 또, 꿈에서 깨는 건가?

토모미 : 이건 꿈이 아니야. 요술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시간!

23. 까치고개 / 날 수 있는 골목 / 오후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골목. 상대의 머리가 날린다.-

토모미 : 상대, 바람을 느끼면서 가슴을 펴 봐. 이렇게.

-지면에서 발이 뜨는 토모미. 상대, 당황하지 않고 가슴을 펴 몸을 바람에 싣는다. 공중으로 부양하는 상대.-

상대 : 몸이 뜨는 건 시간이랑 상관이 없는데.

토모미 : 상대. 어린아이 마음 같은 순수한 시간이 있어야 돼.

상대 : (자신감 없이) 피터팬 같은 거?

토모미 : 흠! 상대, 십자가 왜 목에 걸고 왔어?

상대 : …….

토모미 : 날 의심하는 거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공중에 부양한 채 상대에게 다가가며) 그림 그릴 때처럼 생각하면 안 될까? 보이는 대로 봐줘.

-고개를 끄덕이는 상대. 화창한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땅으로 걸어 내려가 뛰기 시작하는 토모미. 멀뚱히 떠 있는 상대에게 소리친다.-

토모미 : 뭐해? 빨리 와.

-미남이를 품에 안고 비를 맞으며 골목을 달리는 스무 살 상대.-

24. 전망대 / 빈집/ 안 / 오후

-흠뻑 젖은 어린 상대와 어린 토모미. 미남이를 품에 꼭 안고 있다. 슬레이트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요란하다. 갑작스러운 소리의 공포! 잠깐 동요하다가 서로를 보고 웃는다.-

상대 : (천장을 보며) 기차가 지나가는 줄 알았네. 추워?

토모미 : (떨면서) 응. 조금.

상대 : 정말 입술이 파랗다. (미남이를 건네며) 안아봐. 닦을 걸 찾아볼게.

토모미 :(으르렁거리는 미남이를 품에 안으며) 미남! 너무 따뜻해.

상대 : 냄새 맡아 봐!

토모미 : 냄새? (미남의 냄새를 맡으며)오! 고소미.

상대 : (낡은 서랍에서 수건을 찾아 꺼내 털며) 골목 여기저기, 빛나는 돌… 그 돌들은 뭐야?

토모미 : 주인이 있는 돌.

-수건을 펼치자 큰 타월이다. 상대, 토모미 어깨를 덮어주자 표정이 편안하게 풀린다. 하지만 타월에 얼굴을 신경질적으로 비비는 미남이. 씩씩대더니 빈집 안을 미친 듯 뛰어다닌다.-

상대 : 주인? 주인! 주인?

토모미 : 고인돌.

상대 : 그러면… 그건 시간이랑 어떻게?

-깽~ 미남이의 외마디 비명. 상대와 토모미, 동시에 미남이 쪽으로 돌아본다.-

상대 : (대수롭지 않게) 다친다.

토모미 : (미남이를 응시하며) 그 돌들이 있던 시간….

-미남이, 우측 뒷발을 절뚝거린다.-

토모미 : 전다. (말을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미남이 곁으로 다가가 뒷다리를 확인하는 상대)

상대 : 발톱이 부러졌네.

-발목 쪽 작은 발톱이 위태롭게 덜렁거리며 달려 있다. 자세히 보려고 미남이를 받치고 있는 상대의 손을 잡아 올리는 토모미. 상대는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토모미의 따뜻하고 희고 고운 손의 체온을 느끼고 있다. 미남이를 가엾게 바라보는 토모미의 눈과 옆 모습, 말할 때마다 살짝 드러나는 하얀 이, 가는 목.-

토모미 : 어떻게 하면 돼? 금이 갔어.

상대 : (훔쳐본 자신을 책망하듯) 토모미! (드는 시늉을 하며) 미남이 좀 이렇게 해 줘. (스카치테이프로 응급처치를 하며) 오케이. 걸어 봐!

미남이: (발을 딛고 서며) 끙.

-토모미, 상대와 미남의 대화를 보면서 미소 짓는다.-

상대 : 고인돌 주인!

토모미 : 시간! 그게 있던 시간이 토모미의 시간. 그리고 이 마을 전체가 그래.

상대 : 그래. 이상할 거 없지. (양손으로 돌리는 시늉을 하며) 이렇게 돌려서 보면.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뭉쳐 있으니깐.

-서로를 이해한 듯 마주 보며 웃는다. 상대 뒤로 시선을 주는 토모미.-

토모미 : 무지개. 저기.

-빈 집 창을 통해 보이는 바깥 풍경. 건물이 지압판처럼 솟은 도시 위로 무지개가 떠 있다.-

상대 : 우와! 쌍무지개다. 엥, 저기도 있는데. (이리저리 둘러보며)하나 둘 셋… 일곱개나 보이네.지저분하다.

토모미 : 엥? 쳇!

상대 : (토모미 뒤쪽 발아래를 가리키며) 토모미, 저것 봐!

-토모미가 움직이자 창 밑에 떠 있는 깜찍하고 작은 무지개가 사라진다.-

토모미 : 어? (이리저리 움직이며 토모미의 위치를 잡아 주는 상대. 무지개가 다시 나타난다)

상대 :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두어 발짝 물러서며) 그리고 싶다.

토모미 : 뭔데? 그려 봐!

상대 : 지금 종이가 없는데. 내일 다시 와서 그려 볼까?

토모미 : 응. 좋아.

상대 : 토모미 거기 가만히 서 있어봐.

-토모미의 발 옆으로 상대의 발이 나타나더니 조심스럽게 토모미가 서 있던 곳에 상대의 발이 천천히 박힌다.-

상대 : 토모미 저리 가서 봐봐! (토모미, 두어 발짝 물러난다)

상대 : (이리저리 움직이며) 지금? 지금? 지금?

-밀가루 알갱이 같은 빛의 입자. 그것이 지나가고 있는 자리. 서서히 엷어지면서 사라진다. 집안에 밝은 검은색의 땅거미가 깔린다.-

상대 : 빛이 달라. 신기하네!

토모미 : 시간! 달라!

상대 : 그래. 내일은 휴대폰 가지고 올게.

토모미 : (활짝 웃으며) 응.

25. 전망대/ 빈집 밖/ 골목/ 저녁

-어두워지고 있는 언덕. 빈집에서 나온 상대와 토모미, 미남이가 언덕 밑 골목으로 뛰기 시작한다. 미남이의 모습이 유난히 촐싹댄다.-

상대 : (E)미남, 발톱 괜찮나?

미남이 : (E)멍~ 멍~

26. 할머니 집/ 안/ 저녁

-상대, 수건으로 머리를 닦고 있다. 할머니, 미남이를 닦아주고 있다.-

할머니 : 감기 걸리면 우짤라고?

상대 : 갑자기 그렇게 많이 내릴 줄 몰랐어요.

할머니 : 심심할까봐 걱정했는데 우째그리 혼자 잘 노노. 기특하게!

털이 엉겨 붙은 스카치테이프. 발톱이 달랑거리며 달려 있다. 조심해 털을 제거하는 상대. 고통이 전해지는지 구슬프게 소리 내는 미남이.

상대 : 내일 또 거기, 가자!

스케치북 등 미술 도구를 가방에 넣는다.

27. 부산 산부인과 / 새벽

-괴로워하는 상대 엄마 윤형의 얼굴이 갓 태어난 아기의 얼굴과 오버랩 된다. 활짝 웃고 있다.-

28. 할머니 집 / 밖/ 아침

-문을 열고 가방을 메고 나오는 상대. 한 손엔 미남이 목줄을 잡고 있다. 할머니도 뒤따라 나온다. 놀이터를 지나 골목 안으로 사라진다.-

29. 전망대 /난간 / 아침

-바람이 토모미의 머리카락을 한 쪽 방향으로 날리자 작고 하얀 이마가 드러난다. 깃발처럼 옷자락이 펄럭인다. 발아래 마을 전경이 펼쳐져 있다. 곱고 보드라운 낮은 구름 떼가 바람 따라 빠르게 흘러간다.-

30. 부산 산부인과 /주차장/ 낮

-병원 건물이 화면을 채운다. 이 건물 주차장, 상대 아빠 수대의 하얀색 suv 차 안에 혼자 갇혀 있는 미남이. 목을 길게 빼고 자동차 바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31. 산부인과 / 입원실/ 낮

할머니 : 며칠 더 있게 해주면 좋을 낀데.

수대 : 자연분만 한 사람은 나가야 된데요.

윤형 : 네 동생 봤어?

상대 : 응. 완전… 천사 같아. 근데 쭈글쭈글해!

윤형 : 쭈글쭈글해? 미남이는 어디 있어?

32. 산부인과 /주차장 /차안

-미남이,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짖는다. 짖을 때 마다 차 안이 울린다.-

33. 전망대 / 낮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동네 골목에서 개 짖는 소리. “미남이!” 낮은 구름 하나가 토모미 머리 위를 빠르게 지나간다.-

34. 산부인과 / 낮

-입원실 창문을 닫다 말고 밖을 바라보는 상대. 낮은 구름이 눈앞을 지나가고 있다.-

상대 : 저걸 잡아타고….

35. 까치고개 /골목들 /오후

-인적이 없어 조용한 골목.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걸어가고 있다. 자기보다 몇 배 높은 담 아래에서 멈추는 듯하더니 앞발로 가스통 아래 비석 돌 받침을 툭툭 건드린다. 그리곤 돌을 박차고 담 위로 뛰어오른다. 카메라, 서서히 다가가 돌 받침에 새겨져 옅어진 여러 개의 한자를 보여 주면서 ‘知水(토모미)’라는 글자 위에 멈춰 선다. 글자가 화면에 꽉 차면서 강조된다.-

장성진 작가

※공동기획:부산시문화원연합회, 국제신문,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지식문화연구소 (주)리멘Li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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