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자에 물량맡겨 손해나면 배임”
- 내주 초 파업 수순 밟을 예정
- 사측 “공장 경영엔 참여 안해”
현대자동차 노사가 광주광역시의 일명 ‘광주형 일자리’에 참여를 둘러싼 갈등 끝에 급기야 노조가 올해 임단협 결렬을 선언했다.
현대차 노조는 20일 열린 12차 교섭 직후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곧바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고, 다음 주 초 임시대의원대회를 거쳐 파업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노조는 “사측의 일괄제시안이 많이 부족해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이날 교섭에서 기본급 3만5000원 인상(호봉 승급분 포함), 성과금 200%+100만 원 지급 등을 담은 일괄 제시안을 교섭 테이블에 올렸다.
노조가 교섭 결렬을 선언한 표면적 이유는 이렇지만 이면에는 회사가 광주형 일자리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광주형 일자리에 협약하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회사를 압박했다. 사측이 내년부터 울산공장에서 양산 예정인 신차나 다른 차량 물량 일부를 제3자인 광주형 위탁공장에 투자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은 업무상 배임죄이며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또 단체협약상 신차종개발 생산을 외주 줄 때도 노사공동 심의가 필요한데 노조의 반대에도 광주형 위탁공장에 투자하는 것은 노조에 선전포고한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해 임금을 기존 업계 평균의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일자리를 늘리자는 정책으로 광주광역시가 제안한 것이다. 광주시는 신규 자동차 생산공장 신설 사업을 이 형태로 추진했고, 현대차가 참여 의향서를 제출해 현재 협약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는 2대 주주로 참여해 지분 참여자 초기 투자금 2800억 원의 19% 수준인 530억 원가량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 공장에서는 1천㏄ 미만인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상태다.
현대차 측은 광주형 일자리는 회사가 단순히 지분을 투자해 제품 생산을 위탁하고, 생산라인 구축 등에 참여하는 수준의 역할을 맡는 정도일 뿐 경영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노조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지역 노동계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타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그런데도 노조가 결사반대하는 이유는 내심 이 같은 형태가 앞으로 보편화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