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치소 이전 송숙희 사상구청장
- 반대 남부권서 표심 잃어 낙선
- 무상급식 등 오규석 기장군수
- ‘정관 엄마’ 사로잡고 3선 성공

6·13 지방선거에서 현직 기초단체장의 핵심 공약이 당락을 좌우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숙희 부산 사상구청장은 ‘구치소 이전’ 문제에서 발목이 잡혔고, 기장군은 ‘보육’ 정책이 효과를 거두며 더불어민주당 열풍을 누르고 3선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을 보면 김대근 사상구청장 당선인은 5만8153표를 얻어 5만3727표를 받은 송 구청장을 4426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낙선한 송 구청장은 사상 북부권(모라·삼락·괘법·감전·덕포동)에서 우위를 보였지만 남부권(학장·엄궁·주례동)에서는 적은 표를 얻었다.

이는 구치소 이전 문제가 표심에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시는 현재 주례동에 있는 부산구치소를 2023년까지 감전동으로 옮길 계획이다. 감전동 구치소 이전 예정부지 인근에는 주민들이 거의 살지 않지만, 오히려 엄궁동이 이전 예정부지와 맞닿아 남부권에서 반대가 심하다.

송 구청장은 지난해 9월과 지난 2월 “구치소의 감전동 이전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 했지만 부산시가 계속 이전을 추진하면서 남부권 주민의 표심을 잃고 말았다. 특히 지역구 국회의원인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이 지난 총선 때 구치소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운 점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김 당선인은 남부권에서 2만8898표를 얻은 반면 송 구청장은 4335표 적은 2만4563표를 받는 데 그쳤다. 특히 엄궁동에서만 2395표가 차이나 구치소 이전을 두고 민심이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구 총 득표차가 4426표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곳에서 당락이 결정된 셈이다. 선거 과정에서 송 구청장은 ‘구치소 이전 추진’이라고만 밝힌 반면, 김 당선인은 공보물 등에 구치소 ‘관외’ 이전을 약속하는 등 적극적으로 주민의 표심을 공략했다.

기장군은 군 전체 선거인수 12만7882명 중 5만4294명이 몰려 있는 정관읍의 표심이 당락을 좌우했다. 정관읍은 30·40대 젊은층이 많이 살고, 지역색이 옅은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에 힘입어 정관읍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현만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개표 결과 오규석 군수가 정관읍 총 투표수 3만1604표 가운데 약 절반인 1만4872표를 가져갔다. 이 후보는 1만821표를 얻어 오 군수보다 4051표 뒤졌다. 두 후보 총 득표차는 8713표였다.

‘신도시 정관’에 민주당 열풍이 비켜간 것은 그간 오 군수가 펼친 보육 정책의 영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군은 2012년 초교, 2014년 중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했고, 지난해부터는 고교로 확대했다. 여기에 출산 장려금·다자녀 가정 혜택·산후 조리비 등 지원 혜택과 정관 어린이도서관·수영장 신축 사업 등이 ‘정관 엄마’의 마음을 움직였다. 주부 A(35·정관읍) 씨는 “정관 엄마들 사이에서 오 군수가 출산·보육 정책을 강화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기초단체장의 의지로 10년 만에 이것을 이루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걸 이준영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