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세대 공동주택서 필수인
- 주민 소유 관리동 어린이집
- 임대료 비싸 보육의 질 저하
- 시, 5000만원 인센티브 지급
- 리모델링 후 국공립 전환 예정
- 신개금LG 등 올해 7곳 선정
아이를 낳으면 사회가 키워주는 시스템이야말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핵심 열쇠라 할 수 있다. 아이를 길러줄 사람이 마땅치 않아 엄마는 회사를 그만두고 경력단절이 되면서 소득이 줄고 경제인구는 줄어든다. 이런 공포는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사회 공보육 시스템을 확대하는 수밖에 없다.
부산은 현재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율이 8.7%, 이용률이 14.7%로 8대 특·광역시 중에서는 서울(설치율 20.5%, 이용률 31.5%) 다음으로 높으나, 서울 수치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시는 민간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하고, 공공형으로 바꿔 국공립 이용률을 높이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 |  |
|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전환하는 아파트 관리동 어린이집인 부산 사상구 꼬망세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간식을 먹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관리동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부산시는 올해부터 공동주택 관리동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할 때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관리동 어린이집이란 아파트 내 주민공동시설로 지어진 어린이집을 말한다. 일반 아파트 내 민간 가정어린이집과는 다르다.
아파트 내 만들어진 경로당이나 어린이놀이터처럼 주민 다중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시설 개념으로, 관리동 어린이집 소유자는 주민이다. 2013년 6월 개정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따르면 300세대 이상 아파트는 관리동 어린이집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보통 관리동 어린이집 운영자는 보육료 등 수익을 거둬 임대료를 주민(입주자대표회의)에게 내는 방식인데, 이 임대료가 너무 높게 책정돼 보육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부산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을 보면 임대료는 보육료 수입의 5% 이내로 정하도록 돼 있으나, 강제규정이 아니라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시가 올해 2월 부산지역 관리동 어린이집 임대료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228곳 중 임대료를 보육료 수입의 5% 이내로 내는 곳은 103곳(45.2%)으로 절반이 채 안 된다. 15% 이상도 2곳이나 된다.
시는 구·군과 협조해 관리동 어린이집 임대료를 준칙에 맞게 낮추는 작업을 벌였다. 380만 원 하던 임대료를 120만 원 수준으로까지 낮추기도 했다. 하지만 높은 임대료 문제는 여전히 골칫거리다.
시는 임대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향을 아예 틀어버렸다. 민간에서 국공립으로 전환시킨다는 것.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만들면 고액의 임대료를 고스란히 보육에 재투입할 수 있어 보육의 질이 높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주민 재산을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대신 시는 정원 규모에 따라 3000만~5000만 원의 인센티브를 해당 아파트 주민(입주자대표회의)에게 줘, 이를 주민공동시설(어린이놀이터 헬스장 노인정 도서관) 개선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은 비용이 많이 드는 공동시설을 시 지원을 받아 개보수할 수 있고, 시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대할 수 있어 ‘윈윈’이다.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심사를 거쳐 영도구 신도브래뉴어린이집, 부산진구 신개금LG 큰사랑어린이집, 해운대구 장산 1차 롯데낙천대어린이집, 강서구 명지 극동스타어린이집, 강서구 명지에일린의뜰 초록둥지어린이집, 사상구 엄궁코오롱하늘채 꼬망세어린이집, 기장군 우신네오빌 우신예원아이어린이집 등 7곳을 선정했다. 이들 시설은 리모델링 후 오는 9월부터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재개원한다.
시는 하반기 전환 대상 신청을 다음 달 10일까지 받고 있다. 유상 임대 중인 공동주택 관리동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10년 이상 무상임대)하기를 희망하는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어린이집 운영자가 신청 대상이다.
■입주와 동시에 어린이집 개원
이와 함께 시는 신축 공동주택 입주 전 사업시행자가 입주예정자로부터 어린이집 설치 동의를 얻어 입주와 동시에 어린이집을 개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했다. 공동주택관리법상 어린이집은 유치원이나 초중고교처럼 도시계획시설이 아니어서 입주 6~12개월 뒤 어린이집이 만들어지는 바람에 매번 ‘보육대란’이 일었다.
시는 국토교통부에 건의해 입주 전이라도 사업주체가 입주예정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으면 어린이집 설립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난해 8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민간이냐 국공립이냐는 주민이 선택할 수 있으며, 입주예정자가 국공립을 선택하면 시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절차를 통해 부산에서는 현재까지 7곳의 신축 예정 공동주택이 국공립 어린이집을 짓기로 했다.
시는 또한 민간 어린이집을 공공형으로 전환해 공보육 시스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공공형을 신청하는 민간 어린이집은 시로부터 지원을 받는 대신 국공립 수준에 준하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부산시 강미라 출산보육과장은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단계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을 신축하기에는 한계가 많아 민간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환 정책을 통해 국공립 이용률을 5년 내 25%까지 확대하고, 그 이후로는 정부 기준인 40%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국공립으로 전환하더라도 운영자는 그대로여서 이용하는 학부모는 차이를 모를 수 있으므로 보육장학관제를 활용해 컨설팅을 실시하는 등 보육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율
- 부산 8.7% (이용률 14.7%)
- 서울 20.5% (이용률 31.5%)
※ 공동기획: 국제신문, 부산광역시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