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이 이끌 앞으로 4년 시정의 최우선 순위는 ‘시민’이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번 선거는 시민이 정치 과정에서 주권자로 거듭났음을 확인해준다. 선거 과정뿐 아니라 앞으로 4년의 행정·입법 과정에서도 주체가 되겠다는 확고함을 드러낸다. 선거 때 표를 주고 끝나면 객체로 밀려나 버리는 과오를 더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민이 시정에 상시적으로 참여·감시·통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런 민심을 받들어 오 당선인은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정을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관 주도 불통 시정’ 혁신
- 행정 참여 통로 시민협의회
- 공론화위 신설·시민청원제 등
- 시민 중심 공약 제대로 이행을
# 입법부도 행정부 뒷받침
- 시의회, 시민 의회·위원회 구성
- 독단 대신 시민 입법 참여 보장
- 직접 민주주의 요소 받아들여야
- 與 의석 늘어 조직개편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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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최인호(왼쪽부터) 부산시당 위원장과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 해운대을 국회의원 윤준호 당선인이 당선 후 첫 방문지로 찾은 동래구 충렬사에서 부산지역 민주당 13개 기초단체장 및 광역·기초의원 당선인단과 함께 참배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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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협치시대 열자
오 당선인은 이미 공약을 통해 ‘관 주도의 불통 시정’을 ‘시민 중심, 시민행복 시정’으로 혁신하겠다고 시민과 약속했다. 이를 위해 시민협의회(시정협의회)를 취임 즉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신문과 부산참여연대의 공동기획시리즈 ‘6·13지방선거 시민의 정책제언’(국제신문 지난 4월 18일 자 1면 등 보도)에서 제안한 시민협의회가 공식 기구로 출범할 전망이다.
시민협의회란 현재 서울시가 운영 중인 협치협의회가 모델로, 시와 시민 간 실질적인 소통과 협치를 추구하는 조례상 기구다. 시장 등 공무원과 시의회, 시민 대표 등으로 구성돼 시정의 주요 안건을 협의한다. 협의회에서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이를 시에 권고하면 시는 이를 시정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이끄는 민선 6기에서 시정협의회 도입이 시도됐으나 시민단체와의 의견차로 무산된 바 있어 이번에는 제대로 꾸려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렇게 일반 행정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시민협의회라는 상시 기구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오 당선인은 시민공론화위원회를 신설하고 시민청원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공약했다. 시민공론화위 설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시행한 제도를 부산시정에도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현재 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나 대입제도 개편 등 논란이 되는 주요 사안은 공론화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사안에는 시민이 직접 심의하고 권고할 수 있도록 부산시정에 숙의 민주주의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오 당선인은 청와대가 운영 중인 청원게시판과 같은 형태의 시민청원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20만 명 이상 청원이 이뤄지면 관련자가 공식적으로 답을 해야 한다. 부산 청원게시판은 1만5000명 이상이 청원을 하면 시장 및 관련 책임자가 공식적으로 답을 하도록 할 방침이다.
시민이 정책을 제안하는 장인 ‘시민정책박람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이런 오 당선인의 공약만 제대로 실행되어도 전에 없던 시민협치시대는 활짝 열릴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 조직도 확 바뀌어야
행정은 물론 의회 조직도 시민을 중심에 두고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행정부의 변화를 입법부가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시의회가 꾸려지면 특별위원회 형태로 ‘시민위원회’를 구성해 주요 의결 안건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심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보통은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종 심의·의결되는 데 시민의 의견이 강조되는 특수 안건은 비상설기구인 ‘부산시민의회’를 신설해 심의·의결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가령 지난 3월 부산시 구·군선거구획정위원회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4인 선거구제 신설 등을 내용으로 한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해 부산시의회에 상정했지만 시의회는 이를 백지화했다. 시의회의 독단을 막기 위해서는 시민이 입법 과정에 참여하는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의회 조직 변화는 더불어민주당이 의석의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청신호’가 켜졌다. 비례대표를 제외한 지역구 부산시의원 총 42명 중 38명이 민주당이어서, 오 당선인의 공약이 제대로 수행되도록 시의회가 조직개편을 통해 담보할 가능성이 크다.
부산대 진시원(일반사회교육과) 교수는 “시정은 물론 시의회 심의·의결 과정에서도 시민협치가 필요하다. 시의회를 장악한 다수당의 횡포를 막고, 시민 의견이 최대한 반영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시의회도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