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소 불분명해 선거안내 어렵고
- 개인정보 팔아 권한 없는 이도
부산 노숙인 출신 김모(56) 씨는 13일 지방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당연한 권리 행사다. 하지만 심한 알코올 의존 증세 탓에 10년 넘게 여관방과 거리를 전전하는 노숙 생활을 한 김 씨로서는 뜻깊은 투표였다.
김 씨는 복지시설인 동구 쪽방상담소의 도움으로 이날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거리를 헤매는 노숙인 대부분에게 투표는 그림의 떡이다.
쪽방상담소와 부산희망등대지원센터의 말을 종합하면 부산 노숙인은 800~1000명으로 추산된다. 등대센터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이 가운데 적어도 5년 이상 거리에서만 지낸 실제 장기 노숙자는 161명. 현재 수효는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대부분은 심한 알코올 중독이나 정신분열증을 앓아 대인 접촉을 꺼린다. 나머지 600~800명은 김 씨가 그랬듯 여관방 등 거처가 있지만 비정기적으로 거리 노숙을 하는 이들이다.
노숙인에게는 선거가 제대로 안내되지 않는다. 주소가 불분명하니 후보 프로필과 공약을 압축한 공보물도 받아볼 수 없다. 김 씨는 “기본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하다. 주민등록이 말소돼 아예 선거권이 없는 이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 장벽 또한 높다. 부산역에서 만난 노숙인 장모(61) 씨는 “이런 행색으로 악취를 풍기며 투표소에 들어서는 걸 누가 좋아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50대 노숙인은 “신분증이나 개인정보를 팔아치우는 등 말 못 할 사연으로 자기 선거구조차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투표하러 어디 투표소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최대 1000명으로 추산되는 부산 노숙인 가운데 실제 유권자 수나, 이들의 주소조차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정치권과 후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관련 복지 시설 관계자는 “시장이나 구청장급 인사가 시설을 거의 방문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이런 사정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노숙인 투표율은 현저히 낮을 거로 추정된다. 진선미 의원실이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노숙인을 포함한 전국의 거주불명 유권자는 45만 명이다. 이들의 투표 참여 현황은 18대 대선 때 0.19%, 20대 총선에선 0.16%를 기록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