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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49> 거제 ‘이순신 만나러 가는길’

에메랄드빛 해안길, 편백 숲길… 곳곳에 새겨진 옥포해전 영웅담

  •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6-03 20:01:48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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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란 조선 수군 첫 승전지 현장
- 해안덱과 숲길따라 스토리텔링
- 웅장한 대우조선 크레인 구경도
- 3구간선 다대포·영도까지 보여

1592년 음력 5월 7일. 전라좌수사 이순신과 경상우수사 원균은 거제 옥포만에서 왜선 26척을 격침시켰다. 이 해전으로 왜적의 기세는 한순간에 무너진다. 이게 바로 임진왜란 발발 후 조선 수군의 첫 승전인 ‘옥포해전’이다.
   
옥포만을 끼고 도는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은 에머랄드빛의 환상적인 바다와 대형조선소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해전이 펼쳐졌던 옥포만을 끼고 역사의 현장을 스토리텔링한 둘레길이 있다. 바로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이다. 푸른 바다를 끼고 울창한 수림을 만날 수 있어 좋은데, 중간에 해전의 숨은 영웅까지 소개하고 있다. 힐링과 역사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코스다.

길은 3구간으로 나눠져 있다. 1구간은 옥포항~팔랑포마을(2㎞), 2구간은 팔랑포마을~덕포해수욕장(3.4㎞), 3구간은 덕포해수욕장~김영삼대통령생가(2.9㎞) 등 총 8.3㎞다. 1, 2구간은 기존 등산로를 정비했고, 3구간은 지방도를 따라 걷는 코스다.

■구국 현장을 끼고 도는 해안길

   
‘이순신 길’은 해전이 펼쳐졌던 옥포항에서 시작된다. 옥포항 제일 안쪽 끝이 초입 부분이다. 입구에는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이란 이정표와 함께 ‘조선수군의 완벽한 첫 승리 1명 부상, 왜군의 첫 번째 패전 4080명 전사, 26척 격침’이란 안내 문구가 탐방객을 맞이한다. 해안가에 나무 덱으로 조성한 바다 둘레길이다. 바다 건너에는 대우조선해양이 건조 중인 거대한 선박들이 줄지어 있어 장관이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대형조선소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내 첫 번째 정자를 만난다. 옥포해전이 펼쳐졌던 옥포만을 바라보며 충무공의 구국정신을 기려본다. 정자가 있는 곳은 몽환적인 조망까지 선사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안 덱 정비 공사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바닷가로 내려간다. 동행한 거제시청 옥동규 홍보계장은 “해풍 등으로 나무 덱이 부식돼 가끔 정비공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정비 구간을 지나니 이정표가 눈길을 끈다. ‘방콕 3675㎞’ ‘파리 9321㎞’ 등 세계 주요 도시와의 거리를 . ‘바다를 넘어 세계로 나아가라’는 의미로 생각했다. 나무 덱 해안길이 끝나고 철재 계단을 오르면 울창한 숲길이 펼쳐진다. 수목이 우거질 대로 우거져 원시림 못지않다.

■영웅담 소개하는 울창한 숲길

   
2구간은 수림이 우거져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코스다. 
이어지는 숲길. 옥포만을 끼고 돈다. 옥포해전에 참가한 장군들의 영웅담을 안내판에 새겨놓았다. 한 안내판에는 “정운(1543~1592)은 옥포해전에서 후부장(後部將)으로 참전해 왜선 2척을 격파하는 등 큰 공을 세워 절충장군으로 승진했다. 안타깝게도 부산포해전에서 전사하자 이순신이 통곡하며 ‘국가가 오른팔을 잃었다’라고 글을 새겨 제사지냈다”고 기록돼 있다.

1구간 끝 지점인 팔랑포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전형적인 어촌마을이다. 1시간을 걸었는데도 건너편 바다는 여전히 대우조선해양의 대형 골리앗 크레인이 웅장한 위용을 자랑한다.

팔랑포마을의 해안을 따라 마을 끝 부분에서 나무 계단을 따라 오르면 2구간이 시작된다. 조그만 오르면 아스팔트 2차선 도로를 만난다. 길을 건너면 탐방로는 이어진다. 차로를 따라 오른편의 옥포대첩기념공원을 둘러보고 돌아와도 좋다.

2구간 탐방로는 덕포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이다. 울창한 숲길 능선 따라 편안히 걷는다. 탐방로에서 만난 김경화(여·67) 씨는 “수풀이 우거져 공기가 좋고 편백나무도 빽빽해 기분이 맑아진다. 길이 가파르지도 않아 자주 다닌다”고 했다.

■부산 다대포와 영도 비경 선사

1시간30분가량 걸으면 덕포마을을 만난다. 매년 1월 차가운 겨울바다에 뛰어드는 펭귄수영축제로 유명한 덕포해수욕장이 기다린다. 조선소의 외국선사 감독관 등이 거주하면서 지역 내에서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해수욕장으로 유명하다. 시즌 전이라 아직 찾는 이가 없어 약간은 썰렁하지만 조만간 해수욕객으로 가득 차리라. 해수욕장 중간지점에서 마을을 관통하면 3구간으로 접어든다. 지금까지 코스가 기존 등산로를 걸은 반면 3구간은 차량이 다니는 아스팔트 코스다. 2차선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걸은 1, 2 구간보다 감흥은 덜하다.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도 사실상 2구간에서 끝난 느낌이다.

3구간은 예전에는 차량이 많이 다녔으나 거제~부산을 잇는 거가대교 접속도로가 생기면서 이제는 드라이버 코스로 이용될 정도로 차량 통행이 급격히 줄었다. 중간에 인도마저 없는 곳이 있어 안전이 우려되지만 차량 소통이 적은 데다 주위 경관이 뛰어나 그러저럭 걸을 만하다. 우측으로 거가대교와 부산 다대포, 영도까지 눈에 들어온다. 김영삼 대통령(1928~2015) 생가와 기록전시관이 종점이다. 일부 탐방객은 1, 2구간은 걸은 뒤 3구간은 차량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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