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틀 새 3마리… 벌써 3번째
- 검역관 15명 동시 현장 투입
- 종일 쪼그려 삽·막대로 작업
- “불개미 정착 막는 게 최우선…
- 검역대상 물품까지 확대해야”

31일 오전 불개미가 잇달아 발견된 부산항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방역당국은 자성대부두에서 의심 개체가 발견되자 해당 적색 컨테이너를 격리했다. ‘붉은불개미 예찰 방제 매뉴얼’에 따라 의심 개체 발견 시 해당 컨테이너의 이동은 금지다. 인근 50ｍ 반경의 컨테이너를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겼다. 굳게 닫힌 컨테이너 문에는 빨간 종이로 ‘위험’ 문구가 붙어 있었다. 그 틈은 훈제 소독가스가 밖으로 새는 것을 막고자 청테이프를 붙였다. 사람 접근을 막고자 ‘주의’라고 쓴 노란 띠가 컨테이너 주위를 둘러쌌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직원이 31일 부산항 자성대부두에서 붉은불개미로 의심되는 개미가 발견된 컨테이너를 훈증처리한 뒤 육안으로 확인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이날 오후 6시까지 정밀조사를 벌였다. 검역관 15명은 5ｍ 간격을 두고 일렬 행으로 앉아 불개미가 발견된 컨테이너 반경 100ｍ를 돋보기 삽 등을 들고 샅샅이 뒤졌다. 개미를 잡는 방법은 이처럼 단순하다. 사람이 아스팔트 사이의 흙을 일일이 뒤져야 한다. 발견된 개미는 흡충관으로 옮겨 현미경으로 정밀분석한다. 현장에서 만난 한 검역관 “이틀 만에 붉은불개미 의심 개체가 또 발견돼 부산항은 비상 상태”라며 “지난해 9월 첫 발견 이후 매달 5건가량의 제보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까지 추가로 발견된 의심 개체는 없다고 밝혔다.

부산항에서 독성이 있는 불개미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다행히 지난달 28일에 발견된 개미는 독성이 약한 열대 불개미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국제 물동량 증가로 외래 병해충 유입이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9월 붉은불개미가 부산항에서 처음 발견된 후 붉은불개미 의심 개체 역시 모두 항만에서 발견됐다. 지난 2월에는 인천항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부산은 따뜻한 기후로 붉은불개미가 정착하기 쉽다. 본래 외래 병해충은 한 번 유입돼 정착하면 박멸이 어렵다. 게다가 붉은불개미의 여왕개미는 하루에 1000개 이상 알을 낳는 등 번식력이 강해 골칫거리다. 무엇보다 초기 방역이 중요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수입을 중단하지 않는 한 외국에서 들어오는 개미를 막을 수 없다. 결국, 방역의 핵심은 붉은불개미의 정착을 막는 것이다. 개미에게 습하고 따뜻한 부산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다른 지역보다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회에 정부의 검역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해충 검역은 ‘식물방역법’에 따라 식물만 대상으로 한다. 동아대 정무섭(국제무역) 교수는 “식물이 아닌 전자제품 등의 물품을 통해 들어오는 붉은불개미는 검역망을 피할 수 있다. 검역 대상을 확대해 촘촘한 검역망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