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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완의 통일 내비게이션…지금 북한은 <1> 북한의 한류- 남조선 날라리풍, 북한 흔들다(상)

‘아랫동네 알판(DVD)’ 1000원 … “단속 떠도 USB는 일없습메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5-31 19:17:03
  •  |   본지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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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이 친구처럼 판문점에서 만나는 시대가 됐다. 외교와 안보 현안을 이웃처럼 만나 논의하는 모습에서 상전벽해를 느끼는 국민이 많다. 오는 12일에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만나 역사적인 담판을 한다. 이런 평화시대에 정작 우리는 북한 주민을 잘 모른다. TV와 신문, 인터넷에서 보는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고위급들의 모습이 전부다. 정작 북한 주민이 뭘 생각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국제신문은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실상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부산하나센터장인 동아대 강동완(정치외교학) 교수의 글을 연재한다. 그는 2007년까지 북한을 직접 다녀왔고, 남북관계가 경색된 후 5000리 북중 접경지역을 직접 다니며 북한의 실상을 취재·연구해온 북한 전문가이다.

- 한국 영화·드라마·음악
- 중국서 DVD로 복제돼
- 북한 내 유통… 한류 확산

- EVD 플레이어·MP5인
- ‘노트텔’ ‘엠피오’ 통해
- 이불 속에서 몰래 시청
- 北 전기 공급 좋지 않아
- 건전지로도 재생돼 유용

- 최신 드라마 1주일내 유통
- ‘막대형 메모리카드’ USB
- 휴대·검열 피하기 더 쉬워

통일은 우리에게 정말 장밋빛 미래일까? 70여 년의 분단이 지속되면서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은 점차 희미해져 간다. ‘통일한국’은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을 미래, 그 어느 때나 있을 법한 꿈으로 여겨진다. 굳이 ‘통일을 꼭 해야 하는가’ 되묻기도 한다. 왜 굳이 한반도를 통일해야 하는지, 오히려 ‘통일되면 생활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많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을 목놓아 부르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무관심 속에 통일은 어느새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존재가 돼 버렸다. 우리 시대의 담론은 ‘어떻게 통일할 것인가’가 아니라 ‘왜 통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지배적이다. 우리 사회에서 통일은 힘겹게 짊어지고 가야 할 부담스러운 짐인 것 같다.
   
불법복제된 남한 드라마와 영화 DVD. 북한 주민은 이를 중국에서 밀수해 몰래 본다.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남북한 출신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도 커졌다. 70여 년 동안 헤어져 살았던 사람이 다시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원래 한 동포였으니 아무 일 없었듯이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전쟁을 경험하고 서로의 체제가 옳다고 주장하며 갈등과 반목의 시간을 보낸 남북한 사람은 서로를 어떻게 생각할까? 남북한이 한민족이라고 말하지만 오랜 분단으로 인해 문화와 정서에 많은 차이가 생겼다. 통일이 되면 그런 남북한 사람이 만나 함께 살아가야 한다. 정치·제도적으로 하나가 되었다고 해서 통일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함께 살아가야 할 대상으로서 남북한 출신 사람끼리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우리말에 ‘너나들이’라는 표현이 있다. ‘서로 너, 나 하며 허물 없이 지내는 사이를 일컫는 말’이다. 통일이 되면 남북한 주민들은 서로 너나들이 할 수 있을까?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 전경.
사람 간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를 잘 아는 게 중요하다. 통일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통합과 문화적 공감대가 중요하다면 우리는 변화하는 북한 사회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남북한 사람 간의 문화접점을 통해 인식의 격차를 줄이고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통일준비다. 그렇다면 남북한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가교는 무엇일까? 만남이 허락되지 않는 분단 너머에 있는 저들과 우리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지난 28일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정규 3집 앨범이 한국 가수 최초로 세계 음악시장의 주류 무대인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된 음반이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것은 12년 만이다. 타이틀 곡 ‘페이크 러브’ 뮤직비디오는 공개 8일 만에 유튜브 1억 뷰를 달성했다. 케이팝(K-pop)으로 대변되는 한류(韓流)의 바람에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한류의 바람은 폐쇄된 나라로 알려진 북한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 하면 으레 독재, 폐쇄국가, 3대 세습, 핵무기 등 아마도 정치·군사적인 면을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그런 북한에 한류가 퍼진다는 사실은 놀라울 따름이다. 북한 주민에게 남한 영상물 시청은 외부세계를 보는 또 다른 창이다.

   
북한 주민이 남한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수단인 ‘노트텔’.
북한에서 남한 영상물을 보는 것은 영상매체의 유통이 활발히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북한 시장 진출과 디지털 매체의 발달로 북한 내에 다양한 시청 수단이 등장했다. 북한에서 일명 노트텔로 불리는 EVD 플레이어는 DVD는 물론 USB를 직접 재생할 수 있다. 충전하면 4시간가량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녹화기(비디오재생장치)처럼 별도로 텔레비전을 연결할 필요가 없다. 휴대하기가 쉬워 단속을 피할 수 있어 많이 쓰인다.

필자가 중국에서 만난 북한 주민은 “최근 남조선 영화를 메모리로 많이 봅니다. 이제는 단속조가 검열와도 일이 없단 말입니다. 메모리 뽑아서 감춰버리면 되니까, 홍길동 같은 조선 CD알판을 넣어놓고, 남조선 거는 USB에 담아서 보니까 단속 나오면 USB만 쏙 빼서 숨기면 돼 걸려도 문제 없지요”라며 단속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전기제품 충전용 배터리.
중국에서 복제된 한국 영화나 드라마 알판(DVD)은 한화 1000원 정도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남한에서 드라마가 종영되면 1주일 정도만 지나면 곧바로 20부작 드라마도 CD에 복제돼 거래된다. 노트텔의 확산은 이러한 알판보다 USB의 확산을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북한에서 막대형 메모리카드로 불리는 USB는 최근에 주로 남한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기 위해 사용된다. 특히, USB는 휴대가 간편하고 북한 당국의 검열을 피할 수 있어 인기다.

북한에서 엠피오로 불리는 MP5 미디어 기기도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된다. 이전의 MP3가 음악재생을 위한 용도였다면 MP5는 고화질의 영상시청을 위한 용도로 주로 사용된다. 이 기기는 노트텔과 같이 휴대하기 쉽고, USB보다 더 소형인 마이크로 SD카드를 사용한다. 마이크로 SD카드의 소형화는 남한 영상물 시청 단속을 피하는 데 더 유용하다. 영상재생 뿐만 아니라 전자사전, 라디오, 음악파일 재생, TV수신 등 다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MP5가 널리 확산될 수 있는 것은 충전이 아닌 건전지를 통해서도 재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의 전기 사정을 고려할 때 효과적이다.

한 탈북민은 북한에 있을 때 텔레비전 불빛이 밖으로 새어나갈까 이불 속에서 몰래 봤다고 한다. 재미난 점은 남편은 다른 방에서 북한 보도를 시청하고 아내와 자녀는 다른 방에서 별도의 텔레비전으로 남한 드라마를 시청했다는 점이다. 30대 탈북민은 “누가 보면 안 되니깐 문 걸어 놓고 남한방송 ‘6시 내고향’ 같은 거 봤다. 누가 밖에서 문 두드리면 이불 속에 감춰 놓았다. 소형 텔레비전이 단속 대상이니 몽땅 다 감춘다. 남편은 처음에는 그런 거 왜 보냐고 화를 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최근 북한 내부에서는 쉽게 남한 영상물을 시청하는 다양한 매체가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북한 주민은 당국의 감시와 단속을 피해 남한 영상물을 시청하기 위한 그들만의 기발한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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