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측, 취업규칙 변경 강요

- 영세·중소기업 노동자 62%

- 임금 동결되거나 오히려 감소”

- 민주노총, 실태조사 결과 공개 

국회가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는 법 개정안을 상정해 통과시키자 노동계는 이를 ‘개악’으로 규정하고 파업 등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국회가 28일 본회의를 열어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하는 게 핵심이다. 개정안은 월 최저임금인 157만 원을 기준으로 정기상여금의 경우 최저임금의 25%(약 39만 원), 복리후생비는 7%(11만 원) 초과분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넣도록 규정했다.

기본급 157만 원에 월 상여금 70만 원,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 20만 원을 받던 노동자 A 씨는 법 개정으로 어떤 영향을 받을까. A 씨의 임금은 상여금 초과분(31만 원)과 복리후생비 초과분(9만 원)을 더해 197만 원으로 조정된다. 내년 최저임금이 10% 올라 172만7000원이 된다고 가정하면 A 씨의 경우  산입범위 조정 이전(157만 원)에는 임금 인상 대상이 된다. 하지만 조정 이후에는 이미 인상되는 최저임금보다 많은 임금(197만 원)을 받는 것으로 여겨져 A 씨의 임금은 오르지 않는다.

노동계는 실제로 지역 산업 현장에서 이런 문제가 연초부터 불거졌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 달간 최저임금신고센터를 운영해 지역 공단과 마트 등지에서 일하는 노동자 104명으로부터 신고 및 상담을 받았다. 결과를 보면 상여금의 ‘쪼개기 지급’을 위해 사업주가 노동자를 상대로 취업규칙 변경을 강요한 사례가 36%(37명)로 가장 많았으며, 이후 상여금(24.7%)과 각종 수당(15%)을 기본급에 포함했다는 호소가 이어졌다.

지난 3월부터 두 달간 공단의 영세·중소 업체에서 일하는 300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도 공개됐다. 응답자 가운데 임금이 오르지 않았다고 답한 이는 53%(159명), 오히려 임금이 줄었다고 답한 이는 9%(2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경은 미조직비정규국장은 “지역의 영세·중소 사업장에서 노동자를 압박하는 꼼수가 자행되고 있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누리는 노동자는 절반도 안 되는 게 현실”이라며 “부산고용노동청에 이들 사업장에 대한 조사와 처벌, 상여금 등 수당의 원상 복구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에서도 파업 등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따른 여파가 예상된다. 민주노총 부산지부 소속 노동자 500여 명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서면 쥬디스 태화 앞에서 ‘최저임금법 개악 저지 부산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추승진 사무국장은 “30일 유권자 총궐기대회에서도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를 핵심 사안으로 다룰 것”이라며 “총연맹 차원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투쟁 지침을 결정한다. 이 지침에 따라 다음 달부터 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는 투쟁을 벌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