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부터 들불처럼 각계각층으로 확산되는 ‘미투 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해 보는 자리가 부산에서 처음 마련됐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여가원)은 25일 오후 3시 북구 금곡동 여가원 201호에서 ‘미투,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란 주제로 제25회 부산여성가족정책포럼을 개최했다.

　1부에서는 ‘미투 시작과 현재’라는 제목으로 부산가톨릭대 한정원(노인복지보건학과) 교수가 첫 발제에 나섰다. 한 교수는 “미투운동은 지난 1월 29일 서지현 검사의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제목의 미투 글은 본인이 직접 실명으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며 “미투운동은 각계각층에서 벌어진 방대한 양과 비상식적인 행위, 습관처럼 반복되면서도 오래도록 은폐된 구조가 민낯으로 드러나게 되면서 한국사회가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며 향후 대응방향을 위해 논의돼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25일 오후 부산 북구 부산여성가족개발원에서 열린 제25회 부산여성가족정책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미투,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를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김종진기자 kjj1761@

　첫 번째는 가장 조심스러운 부분인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다. 자칫 여성과 남성의 대립,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 모든 여성을 잠재적 피해자로 보는 접근으로 ‘펜스룰’을 예로 들었다. 펜스룰은 이른바 ‘아내 외에는 여성과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는 말로 축약되며 남성 인사들에게 성폭력 예방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여성의 철저한 분리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동료로서의 여성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한 교수는 “미투운동이 가해자만 도려내면 한국의 남성성은 문제 없다는 식으로 전개돼서는 안 된다. 잘못된 권력구조의 개선, 동료로서 상대 성을 바라보는 시각 및 문화 정착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결론적으로 인격체로 모두 존중받는 나라, 권력으로 내 몸에 대한 권리가 박탈당하지 않는 나라가 되기 위해 ‘연대(With You)’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지희 부산변호사회 성폭력피해자 법률지원단 위원이 ‘미투 법적 대응방안’, 부산성폭력상담소·가정폭력상담소 이재희 소장이 ‘부산지역 미투 운동과 대책위원회 활동’, 부산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팀 이승현 계장이 ‘미투 수사적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2부에서는 부산지역 5개 여성단체협의체와 부산여성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포럼 참가자 등이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결의 선언’을 진행했다.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