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여 명이 한 번씩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인 필로폰 2㎏을 국내에 유통하려던 대만 화교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동현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대만 국적 화교 A(35)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필로폰 1993g을 몰수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가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A 씨는 지난해 11월 횡령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후 필로폰을 팔아 합의금을 마련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는 알고 지낸 화교인 B(34) 씨에게 “대만에 있는 친구를 통해서 필로폰을 구할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마약. 출처 픽사베이

B 씨로부터 이메일 주소를 넘겨받은 A 씨는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강남에서 대만인을 만나 필로폰 1993g을 넘겨받았다. 필로폰 1회 투약량이 보통 0.05g인 점을 감안하면 4만 회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A 씨는 다음 날 필로폰 전량을 1억2600만 원에 팔기로 약속하고 약속 장소로 나갔다가 매수자로 가장한 검찰 수사관에게 체포됐다.

마약을 유통하려한 혐의 외에 A 씨는 리스계약으로 빌린 5300만 원 상당 승합차를 사채업자에게 대출 담보로 제공하고, 고급 외제차를 리스한 뒤 이용료를 연체해 계약이 해지됐으나 차량을 반환하지 않은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이 밖에 1000만 원과 5000만 원을 빌리는 대가로 승용차 2대를 대출 담보로 제공했다가 사전에 몰래 부착한 GPS 위치추적장치를 이용해 차량 위치를 파악한 뒤 예비 열쇠로 시동을 걸어 훔쳐 온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필로폰이 유통됐다면 엄청난 사회적 해악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마약 판매 행위는 타인의 정신·육체를 황폐화시키고, 이를 통해 영리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