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아파트가 직접 화재 모의훈련을 진행하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기존 관공서 주최의 형식적인 훈련을 탈피한 것으로 주민 참여형 모델로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산 북구 대우이안아파트는 오는 29일 오후 자체 소방훈련을 진행한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부터 제천 레포츠센터와 밀양 세종병원 화재 등 대형화재로 시민들이 목숨을 잃으면서 입주민들 사이에 화재 경각심이 커졌다. 그동안 소방서 주최로 매년 훈련이 진행됐지만 형식적이라 판단했다. 지난해 상반기 진행된 소방훈련에서도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 상대로 소화기 작동법 등을 교육하는 것에 그쳤다.
이에 입주민들이 직접 실제 화재 상황처럼 연습해 대형 참사를 막자는 취지로 이번 훈련을 기획했다. 스스로 훈련을 만들면서 현실적인 연습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날은 아파트 107동 3층에서 불이 난 것으로 가정하고 진행된다. 목격자가 “불이야”라고 외치며 화재경보기를 누르고 경비실과 소방서에 연락해 주민 대피를 유도한다. 주민들이 1층으로 입주민을 업고 내려와 심폐소생술도 진행할 예정이다.
관공서 훈련과 다르게 실제로 아파트 단지 테니스장 앞에 대형 드럼통을 갖다 놔 불을 피워 화재 상황을 연출한다. 주민들은 직접 소화기를 분사해 불을 끄게 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훈련 전 미리 입주민에게 소화기 작동법과 심폐소생술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화명119센터에서는 소방차 1대를 지원하기로 했다.
아파트 측이 최근 입주민을 상대로 소화기 작동 여부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사용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발생 시 주민들 역할이 중요한 만큼 이번 훈련이 대형화재를 막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몇 해 전 이곳 아파트에서 화재가 났을 당시 입주민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피하는 등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
이 아파트는 오는 12월에도 같은 훈련을 계획 중이며 향후 지진 대피 훈련도 준비할 예정이다. 손재순 입주자 대표는 “형식적인 교육보다 주민들이 직접 화재 상황을 체험해보는 게 더 효율적이라 생각했다”며 “주민들이 이번 훈련에서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불이 났을 때 서로 도와 큰 피해를 막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