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보육원 출신에게 돈을 빼앗기고 절도 등을 강요당한 지적장애인이 한 명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옥 같은 나날이었습니다.” 지적장애 2급인 A(27) 씨는 22살이던 2013년 6월 보육원을 나왔다. 명확한 의사 표현과 셈이 잘 안 되어 보육원에 좀 더 머무르고 있었는데 같은 보육원 출신 B(25·당시 20세) 씨의 꾐에 넘어간 것. B 씨는 A 씨가 1년 넘게 빵공장에서 일해 모은 2000만 원과 디딤씨앗통장 후원금 300만 원을 이틀 만에 모두 찾더니 6개월 만에 탕진했다.

이후 지옥 같은 2년6개월이 이어졌다. A 씨가 일용직으로 번 돈 전부를 빼앗는가 하면 절도를 강요하기도 했다. 박 씨는 “굶을 때도 많았지만 물건을 훔칠 때 가장 힘들었다. 하기 싫다고 하면 ‘우리 다 죽는다’며 협박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A 씨는 현재 다수의 송사에 휘말린 상태다.

2015년 12월 A 씨는 중학교 동창의 도움으로 해운대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문을 두드리면서 B 씨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센터 김정옥 사무국장은 “A 씨를 처음 봤을 때 새까맣고 깡말랐으며 며칠 굶어 상당히 허기져 보였다”고 회상했다.

2년6개월간 거리를 전전하던 A 씨는 현재 해운대구의 한 병원 푸드코트에서 일하며 장애인 자립체험홈에서 생활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등 3명과 함께 살고 있다.

A 씨는 “돌아가고 싶은 과거는 없다. 체험홈에서 서로 돕고 사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A 씨는 다음 달이면 기초생활수급자를 위한 임대 아파트로 삶의 터전을 옮길 예정이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