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치 위치 타협점 못 찾았지만
- 계속 접점 모색 가능성 열어둬
- 부산지역 원로들도 중재나서
- “대결보다 대화로 풀어나가야”
부산 동구 일본 영사관 앞에 노동자상을 세우는 문제(국제신문 지난 2일 자 1면 등 보도)를 두고 시민단체와 정부가 처음으로 만나 협의했다. 첫 만남에서 타협점을 찾지는 못했지만 시민단체는 앞으로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역사회 원로들 또한 이 문제에 대한 중재에 나서면서 해법이 나올지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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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전 부산 동구 민주시민교육원 강당에서 부산지역민주통일원로 일동이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과 관련해 시민단체와 공공기관의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
동구는 4일 오후 1시 동구청에서 적폐청산 부산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 관계자 3명과 외교부 동북아 1과장,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등 5명이 모여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부와 운동본부 측이 만나 노동자상 문제를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자상 위치 문제가 대화 주제였다. 운동본부는 지난 1일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서 약 40m 떨어진 지점까지 노동자상을 밀고 갔으나, 경찰이 막아서자 폭 2m 보도 위에 임시 설치를 선언했다.
회의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노동자상 위치 이동을 제안했다. 부산역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일제강제동원역사관 등이 대안 부지로 거론됐다. 두 곳 모두 유동인구가 많은 곳인 데다, 징용 노동자들을 일본으로 보낸 전초기지였던 만큼 역사적 배경을 갖췄다는 취지다. 노동자상 설치 및 관리에 예산을 투입할 수 있다고도 제안했다.
하지만 운동본부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운동본부 김재하 상임이사는 “역사성으로 따지면 일본영사관 앞이 가장 적절한 장소다. 정부의 제안은 일본 측 요구에 따른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다만 요청이 있으면 정부와 대화를 이어나갈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운동본부는 대화에 앞서 이날 오전 동구청을 항의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운동본부 소속 노동자상 건립특위 김병준 집행위원장은 “장소 협상에 앞서 동구가 경력 출동을 요청한 것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자상 설치를 두고 극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이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사회와 대학, 언론계 원로로 구성된 부산지역통일원로(이하 통일원로)는 이날 오전 10시 일본영사관 인근 민주시민교육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이후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유독 부산만 노동자상 설치로 갈등을 겪는 데 우려를 표명했다. 민족광장 배다지 상임의장은 “노동자상 건립 시기와 장소를 놓고 대립하고 있지만 대화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시민단체와 정부, 부산시, 경찰 등 기관이 한데 모여 대화의 장을 열고 해결책을 찾기를 촉구한다”며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우리 원로가 중재에 나설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